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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뽀롱뽀롱 뽀로로>
2003-01-16

호기심쟁이 펭귄의 하루

틈새공략을 시도하는 TV애니메이션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6부작 30분, 혹은 26부작 25분의 형식은 더이상 정형화된 틀이 아니다. 그중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게 5분 시리즈.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펴낸 2002년 애니메이션 정보 자료집을 살펴보면 5분 분량의 TV시리즈가 상당히 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짧더라도 노출 빈도를 최대한 늘려서 인지도를 높이고, 방영시간대도 좀더 쉽게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와 하나로통신, 오콘, EBS,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역시 52부작 5분 시리즈다. 오는 9월 EBS를 통해 방영될 이 작품은 3D애니메이션. 하나로통신으로서는 <게으른 고양이 딩가>를 함께 만든 북한 삼천리총회사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해서 다음 작품으로 연결시킨 셈이다. 그런데 삼천리총회사가 하는 일이 단순 하청이 아니라 공동참여 수준이라고 하니, 북한의 3D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인 듯하다.

이야기는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작은 숲 속 마을에서 시작된다.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는 호기심 많은 펭귄 뽀로로와 친구들이 살고 있다. 너그럽고 순박한 백곰 포비, 잘난 척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우 에디, 소심하고 여린 비버 루피, 재롱둥이 아기 공룡 크롱이가 뽀로로의 친구들. 외모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 이들은 매일매일 작은 소동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이해하면서 세상을 배워간다.

주인공 뽀로로는 신기한 물건을 발견하면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면서 호기심을 발동시키지만, 고민하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 마는 성격이어서 온몸으로 위험을 체득한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궁금증은 많지만 고민은 없는 이 꼬마가 세상을 배우는 방법을 들여다보자.

눈 덮인 언덕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뽀로로. 어어, 그러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숲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뽀로로는 커다란 알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온다. 놀랍게도 그것은 공룡 알. 그 안에서 아기 공룡이 나오자 뽀로로는 무서운 괴물로 생각하고 도망간다.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아기 공룡을 피해 달아나던 뽀로로는 언덕에서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다가 공룡과 함께 눈밭에 파묻혀버린다. 잠시 뒤 눈밭을 헤치고 나온 뽀로로는 아기 공룡이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절친한 친구가 된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영상이 기발하고 활기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2002년 우수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지원작’에 선정되기도 한 이 작품의 타깃은 4살부터 7살까지의 미취학 아동. “5분은 부담없는 길이라서, 어린이 프로그램 내에 삽입하거나, 두세편을 묶어서 독립적으로 방영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내용은 교육용에 초점을 맞춰서 놀이학습, 과학학습, 기술학습, 창의력 학습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했다”고 말하는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의 신창환 차장은 틈새 전략과 포인트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거기다가 코믹하고 포근한 오콘의 영상도 한몫한다.

5분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은 그동안 선전했던 작품들의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엄지 곰 곰지> <꾸러기 더키>에 이어 <뽀롱뽀롱 뽀로로>는 어떤 세계를 보여줄까 또, 북한의 삼천리총회사를 직접 취재하게 될 날은 언제일까 김일림/ 월간 <뉴타입> 기자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