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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Collection: My Way>
2003-01-18

`먼지가 되어`도 `끝나지 않은 노래`

한 사내가 있었다. ‘행복하세요’를 연발하며 자글거리는 주름 속에 큰 미소를 머금곤 했던, 그래서 행복하게 보였던 김광석이라는 그 사내는 서둘러 불운한 죽음을 자청했다. 그러나 그렇게 그가 떠나간 지 7년이 지났어도 그의 노래는 쉽게 잊혀질 수 없었다. 사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라이브곡이나 미발표곡을 모은 김광석 컴필레이션은 잊혀질 만하면 다양한 이름들을 걸고 음반 숍의 진열대에 오르곤 했다.

얼마 전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도 타이틀곡으로 <먼지가 되어>가 들려오더니, 한달쯤 되었나. 다시금 그의 노래들은 ‘컬렉션’이 되어 ‘회귀’했다. 고급스럽고 예쁘게 포장된 ‘하드보드 케이스’ 안에는 예쁜 단어들로 각각 포장된 3종의 음반과 DVD 1종, <포토 에세이> 책자까지 풍성한 내용물로 채워져 있다. <Letter> <Wind> <Moon>이라는 타이틀로 ‘스토리 1, 2, 3’을 각각 묶은 음반의 컨셉은, 그러나 다소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며 느슨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이런 불만을 달랠 수 있는 보루는 김광석의 음악 자체의 성격에 있다.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 그의 노래 역시 한 단어, 한 문장으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대표되는 민중가요계에 몸담았던 초창기 시절을 거쳐, 풋풋하고도 낭만적인 아마추어리즘적 정서가 투영된 동물원 시기를 지나, 솔로 시절로 안착하며 콘서트라는 고전적인 전달 매체로 종횡무진 진기록을 세우며 소극장을 점령했던 그. 그가 ‘운동’에 몸담았던 시절은 세 번째 CD <Moon>에서 김지하 시에 붙여진, 비장함이 가득 서린 <녹두꽃> 및 <타는 목마름으로>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 콘서트 황제’로서의 면모는 두 번째 CD <Wind>의 생생한 라이브 공연 트랙을 통해 음미할 수 있다. 그의 사랑가를 느끼고 싶다면 첫 번째 CD <Letter>의 노래들을 틀면 좋으리라. 세 번째 CD에는 미발표곡들이 담겨 있어서 김광석 음반 컬렉터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자신만의 자리를 개척했던 김광석의 행로에는 ‘다시 부르기’ 작업이 있었다. 이를 통해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 이정선 등을 위시한 한국의 모던 포크 가수들의 고전은 어느새 김광석의 버전으로 바뀌었고 김광석 고유의 방식에 의한 음악적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듯 보였다. 두 번째 CD 속에 실린 양병집 개사/밥 딜런 작곡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한돌의 <외사랑> 등에서 이런 그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먼지가 되어> 역시 그가 최초로 부른 곡은 아니다).

시와 일상을 오가고, 그늘졌지만 지나친 우울을 동반하지 않았으며, 은은하고 고요한 읊조림과 열정적인 절창의 순간을 물 흐르듯 막힘없이 흘러가며, 부담없이 편하면서도 사색을 투영하던 정감어린 그 목소리…. ‘서른 즈음에’ 접어든 자의 상념과 ‘사랑이라는 이유로’ 열병을 앓는 자의 그리움과 설렘을 투영하던, 그리고 ‘자유롭게’ ‘일어나’고 싶은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토해내던 그의 노래들…. ‘세상에서의 짧았던 그의 여행의 기록’이 3장의 CD에 담겨 있다.최지선/ 웹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