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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여인,<팜므 파탈>
2003-01-20

<필름코멘트>의 평론가 개빈 스미스가 “지난 20년간 영화 가운데 브라이언 드 팔마의 최고작”이라 평한 <팜므 파탈>은 이야기의 구조면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동료들과 함께 1천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칠 계획을 세운 로르는 동료들의 배신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기는 도중 호텔 난간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은 로르는 자신을 릴리라고 부르는 한 중년 부부에 의해 릴리의 집으로 옮겨진다. 부부는 로르를 쉬게 한 뒤 다시 오겠다며 집을 나서고, 집안을 둘러보던 로르는 이 집의 딸 릴리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릴리의 신분증과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발견한 로르, 그녀는 이제 릴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 집에 들어온 진짜 릴리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권총으로 자살한다. 로르는 릴리로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7년 뒤 프랑스 대사가 된 남편과 더불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러나 7년 전의 사건은 그냥 잊혀지지 않았다. 릴리로 변한 로르에게 다시 위험이 다가오고 사건은 실타래처럼 엉켜간다.

<필름코멘트>와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는 <팜므 파탈>에 영감을 불어넣은 두 요소로 ‘필름누아르의 여성’과 ‘예지몽’을 들었다. “필름누아르의 여성들은 흥미로운 캐릭터다. 섹시하고 사악하며 우리를 파국으로 이끌어간다. 언제나 이런 캐릭터를 사용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예지몽이다. 오늘날 누아르를 보면 꿈처럼 느껴진다. 아주 숙명적인 느낌의 꿈이다. 과거에 어떤 나쁜 일을 저질렀는데 그것이 당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것이다.” 몽환적인 필름누아르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낳은 똑같은 재료로 브라이언 드 팔마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