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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현장편집 문진영
2003-01-22

문제는 리듬이다!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지닌 문진영(28)의 이번 졸업 작품은 꽤 기대된다. ‘돛대’(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이르는 속어)를 두고 싸우던 두 친구가 결국엔 광선검으로 대결을 벌이는 최근작 <no smoking>(2002)에서, 인정이 메마른 사회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익히지 못한 어린아이가 살인 행렬에 뛰어든다는 초기작 <naughty by nature>(1995)에 이르는 6개의 필모가 일관되게 보여준 엽기성 사회비판이 새로운 단편 <딱정벌레>(가제)에 더 업그레이드된 화두로 담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쎄븐>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 <매트릭스>의 허구적 세계관이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등장하는 한 마리 벌레의 삶을 타고 전해질 <딱정벌레>는 과연 어떤 내용인가. 어디까지나 이 영화가 판타지에 기반을 둔 것임을 잊지 말고 들어보자. “두 다리를 잃은 주인공이 어느 날 창 밖을 걷는 예쁜 두 다리를 발견하게 되고, 처음으로 소유욕에 시달리죠. ‘저 다리만 가질 수 있다면….’ 결국 다리를 소유하게 된 순간, 주인공과 그가 머물던 세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딱정벌레 한 마리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내용입니다. 개요만 설명하니 좀 황당하게 들리시죠”(^^;;)

문진영의 스물여덟해 족적엔 굴곡이 많다. 이과 출신인 그가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정한 친구를 따라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부모님 애를 태우며 “애들 장난 같은” 2D, 3D, 스톱모션 등의 애니메이션 필수과목을 얌전히 듣는가 싶더니 갑자기 영화연출을 공부한답시고 연영과 학생으로 불쑥 지위 변신한 것도 평탄과는 거리가 멀다. 그로서는 자신이 그려놓은 콘티에 충실한 삶이기도 했다지만, 콘티가 무언가, 바뀌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블루프린트 아닌가. 그에게도 그랬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접한 그는 특수효과(특히 미니어처)에 대한 갈증이 남달리 많았고,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아 결국 영화의 특효(특수효과) 분야를 더 파봐야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 기계 조작을 익히는 데 남달랐던 그는 처음엔 미니어처 분야의 뛰어난 기술자가 되겠다는 생각뿐이었으나, 그 영화 <마들렌>을 만나고 나서부턴 슬슬 연출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들렌>의 연출부에 아는 형이 있어서 현장 한구석을 꿰차긴 했지만, 촬영 15회차까지는 버벅댔다. 아는 사람도 없고, 하드웨어 설치하는 데도 혼자 낑낑대야 했고, 무엇보다 현장이 처음 아닌가. 어떻게 이동하고, 누구랑 밥을 먹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차츰 적응하고, 감독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프로세싱에 대한 이해도 금세 늘었고, 단편만 찍을 땐 몰랐던 장편영화의 ‘리듬’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에 의하면, 현장편집의 중요성이란, 방금 찍은 화면을 전에 찍은 화면과 연결시켜 필름을 스크린에서 보는 유사경험을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영화의 흐름, 신과 신이 연결될 때 발생하는 리듬을 이해하는 데 있단다. 두 시간짜리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바로 강약의 리듬 때문이라고. 그는 아직 학생이고, 스스로 졸작이라는 시나리오를 주물럭대고 있지만, 그의 상상력만큼은 벌써 스타다. 리듬을 타는 그의 장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프로필

→ 1976년생·1995년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니메니션 전공→ 2003년 현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휴학·1995년 naughty by nature(16mm 3D애니메이션)→ 1999년 ssub(beta 2D 애니메이션)·guilloten jam(DV스톱모션 애니메이션)→ 2000년 doggy jam(DV스톱모션 애니메이션)·2001년 예전의 그녀…(16mm실사 극영화)→ 2002년 no smoking (DV실사 극영화), direction(DV실사 모션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