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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이 피아니스트가 그 피아니스트 아녔어
2003-01-27

“이거 홀로코스트영화 아닌가봐요. 홈페이지에 유대인 학살장면이 하나도 안 나오네요.” 이것은 영화 <피아니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피아니스트>를 보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광고와 영화 내용이 너무 달라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영화 <피아니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홀로코스트영화가 아닌 <피아니스트>는 2002년 12월21일 개봉한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고, 홀로코스트영화인 <피아니스트>는 2003년 1월1일 개봉한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다. 두 영화 모두 원제가 <La Pianiste>와 <Le Pianiste>로 같은데다가,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는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같은 제목, 비슷한 개봉날짜를 고집해야 했을까.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홍보담당자는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보다 작은 규모로 개봉했기 때문에 그 영화의 덕을 보려 했다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개봉관을 확보하지 못해서 11월29일로 정해졌던 개봉날짜가 연말로 밀린 것 뿐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역시 당당하다. “하네케의 <피아니스트>가 먼저 제목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제 외에 영화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목은 없었다. 폴란스키의 영화는 스케일도 크고 흡입력도 강하다. 하네케의 영화와 혼동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네케의 <피아니스트>가 원래 일정대로 개봉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 이른바 예술영화가 개봉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이 일부 관객들의 돈과 시간을 증발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