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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일 감독의 <파괴>에 추상미 정보석 캐스팅
2003-01-29

사랑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

“자살을 원하는 여자와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 정보석과 추상미가 전수일 감독이 만드는 새 영화 <파괴>에 출연한다. <파괴>는 1996년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살 도우미’ 남자와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보석이 맡은 배역은 작가이자 카운슬러 겸 자살보조업자인 ‘S’. 소설에서는 ‘나’로 나오는 인물로, 고독하거나 무료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그들이 죽음을 결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살의 방법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추상미는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는 사람들 중 한명인 30대의 행위예술가 ‘마라’를 연기한다. 소설에서는 ‘미미’에 해당하는 이 인물은,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을 한 뒤 그림 <마라의 죽음>에서처럼 욕조 속에 들어가 동맥을 끊는다.

<파괴>는 전수일 감독의 전작들인 <내 안에 우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등 예술성에 초점을 두었던 영화들과 달리 ‘고품격 대중영화’를 염두에 두고 연출하는 작품이다. 제작사는 얼마 전 전수일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동녘필름’. 8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다. 지난해 11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 영진위와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가 협력 약정서를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합작 프로젝트인 이 작품은 CNC의 지원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후반작업이 진행되며 프랑스의 언리미티드사가 유럽 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파괴>는 지난 1월15일 크랭크인했으며 5월 말경 국내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원작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상당히 허구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자살 도우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이제는 더이상 허구가 아닌 것이 돼버린 2003년이라는 시점에서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이 영화에는 정보석, 추상미 외에도 <욕망>의 이수아, <수취인불명>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김영민, <나비>의 장현성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