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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플롯> <사탕보다 달콤한>
황선우 2003-02-13

순진한, 달콤하지 않은

러시아 국립영화학교에서 만들어진 권지연 감독의 <플롯>(35mm/ 2002년)은 매우 순진한 작품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풀어낸 이 작품은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좋아하는 안나와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미셀. 하지만 이들은 영화표를 구할 돈이 없다. 미셀은 영화표 살 돈을 구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영화표를 훔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지 못하고, 늦은 저녁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들이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꼭 함께 보게 되기를 기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문득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왜일까? 한국에서 이렇게 순진한 영화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신수연 감독의 <사탕보다 달콤한>(16mm/ 2001년)은 소문과 오해에 관한 농담이다. 너무 가벼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에로비디오와 느끼한 교수를 둘러싼 소문은 퍼지고 퍼져 몰카가 되고, 불륜으로 발전한다.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확대시키지만, 정작 소문의 당사자들은 전혀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 확대된 소문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소문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질 필요는 없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퍼져가는 소문과 오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될 뿐이다. 그런데 제목처럼 달콤하지는 않다. 소문을 부풀리는 데 동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독립영화관(KBS2TV 2월14일(금) 밤 1시10분)에서 방송된다.조영각/ 계간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