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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

당신이 성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성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일상일 뿐이기도 하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종교에는 성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가 있다. 인도와 티베트 등의 밀교에서는 섹스를 통하여 우주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고,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에서는 성을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의 하나로 보고, 그 욕망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정진한다. 누구에게 성은 욕망의 근원이고, 누구에게 성은 해탈의 과정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성은 이중적인 태도로 찬양되거나 거부당한다. 대중문화와 광고는 성적인 이미지로 충만해 있지만, 실제 포르노는 배척당한다. 역사 속에서 성은 늘 이중적인 대접을 받아왔다. 왜일까?

성에 관한 이야기와 풍부한 화보를 담고 있는 <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는 ‘SEX에 대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지금과는 다른 각도에서 왜곡되지 않은 솔직한 시각으로 SEX에 접근하자’고 말한다.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철자를 뒤바꿔, 완곡하게 SEX를 드러낸다. SXE는 90년대 영국에서 만들어진 ‘FCUK’이라는 도발적인 시각광고에서 따온 단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성의 역사를 살피고 음악, 미술, 무용, 건축, 광고 등에서 드러나는 성의 모습 그리고 일본, 중국, 프랑스,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성의 모습을 다룬다. 주제로 보면 간통, 사이버섹스, 카마수트라, 페티시즘, 광고, 게이샤, 고대 역사, 건축, 매춘 등 파란만장하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어떻게 성이 개입되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성의 역사와 풍속, 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의 변화를 추적하여 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려는 책이다.

성에 대한 ‘인문학적 백과사전’답게 동원된 필자들도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다. ‘스타일과 미적 관념, 그리고 현대 디자인’에 대해 영국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스티븐 베일리와가 전체적인 틀을 잡았고 서머싯 몸 상 수상자인 필립 헨셔, 대영박물관의 큐레이터였던 캐서린 존즈, 라비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쉬믈리 보테치 등이 페티시, 게이샤, 건축 속의 에로티시즘 등의 이색적인 주제들을 정갈하게 정리해준다.

그런데 <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의 최대 장점은 날카로운 글에만 있지 않다. 이 책은 백과사전답게 신국변형판의 양장본으로 만들어져 있고, 수많은 사진과 그림들이 컬러로 담겨 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200여개의 풍부한 삽화들은 춘화연구회(Erotic Print Society)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다. 이 그림과 사진들은 당대의 성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혹은 성이 각 문화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이 그림과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파란만장한 성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다.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도기에 그려진 성애화, 인도의 사원에 새겨진 남녀의 갖가지 체위,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춘화부터 남성과 여성의 성기에서 도발된 상상력을 예술적 창작품으로 승화시켜낸 현대미술 그리고 건축물에 담겨진 성적 상징, 영화와 인터넷 이미지까지 모든 것을 보여준다. 누구는 그것을 포르노그라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큰 문제는 되지 못한다. 성의 이면은 언제나 포르노그라피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혹시 이 책을 ‘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양장본은 2천부 한정판이고, 다음 판부터 텍스트 위주의 신국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렇듯, 그림과 사진 역시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이 좋다.(스티븐 베일리 등 저/ 해바라기 펴냄/ 3만8천원)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