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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개선위, 주간 박스오피스 집계 중단
이영진 2003-02-25

배급방식의 차이로 인한 집계결과 논란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이하 배개위)가 박스오피스 집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개봉작의 주간 흥행 성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개위는 2월21일, “무리하게 박스오피스 집계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만을 낳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개위의 집계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국내 주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자사 배급 영화의 전국관객 수 공개를 거부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결국 해결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 불씨는 배개위가 취합해서 제시한 1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결과였다.

1위는 코리아픽쳐스의 <영웅>이었고, 쇼박스의 <이중간첩>과 CJ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그뒤를 이었다. CJ쪽이 강하게 반발한 데는 흥행순위 2위와 3위가 근소한 차이로 갈렸다는 점이다. 간접배급방식을 취하는 CJ는 중소도시의 관객 수가 실제보다 적게 나온다는 점을 들어 항의하며, “배개위가 배급방식의 차이를 무시하고 배급사가 밝힌 스코어를 그대로 발표하는데다 이를 홍보사가 마케팅에 이용한다”면서 이후 자료 공개를 거부해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배개위는 한때 전국관객 수 대신 서울, 부산, 대구 등 직접배급하는 지역의 스코어만을 공개하는 안을 내놓았고, 회원사인 튜브엔터테인먼트 등 3∼4 곳의 배급사로부터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뒤이어 회원사가 아닌 브에나비스타 디즈니, 코리아픽쳐스 등 주요 배급사들이 배개위의 집계가 공신력을 잃었다며 “당분간 자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놓자 배개위로서도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배개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란 힘들다”며 “전국적인 수준의 통합전산망 완비만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6월쯤 통합전산망을 시험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 그러나 전국 극장의 전산망 가입률이 70%선에 머물고 있어, 이 또한 실제 관객 수 파악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2001년 3월9일 발족한 배개위는 젊은 영화배급업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여전히 낙후한 국내 영화배급 시스템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박스오피스 집계는 정부의 통합전산망 사업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관객에 대해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영화산업 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뤄진 첫 번째 사업. 추정치이긴 하지만 일선 배급사들이 자체적으로 상호 관객 수를 체크한 것이라 비교적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배개위의 박스오피스 집계는 결국 배급사들 간의 신경전으로 인해 2년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