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월15일 폐막한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1]
최수임 2003-02-28

베를린국제영화제 2월15일 폐막, <이 세상에서> 황금곰상 수상

베를린=글 최수임 sooeem@hani.co.kr·사진 손홍주 lightson@hani.co.kr

“황금곰상 수상작은 마이클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은 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으로 결정됐습니다.” 심사위원장 아톰 에고이얀과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이 하얏트호텔 기자회견장에 서서 수상작 발표를 막 마칠 때쯤, 바로 인접한 포츠다머 슈트라세 대로에는 기자들의 박수소리보다 훨씬 큰 군중의 노래와 외침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2월15일, 전세계 주요도시에서 열린 반전 퍼레이드가 베를린에서는 바로 그때 영화제 주요 상영관 옆을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기름을 위해 피를 흘리지 말라”, “슈뢰더, 고마워요”, “아름다운 들판에 폭탄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 “이라크의 무장해제, 좋다. 하지만 미국은 왜 안 하나” 등 여러 가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50만명의 인파는 미사일을 든 자유의 여신상, 시체가 쌓인 리어카 등 의미심장한 모형들로 무장한 채 티어가르텐 공원을 가로질러 지게스조일레가 바라보이는 ‘6월17일’ 거리로 행진했다. 그중 일부는 그날 저녁 베를린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 주변으로 옮겨와 반전구호가 적힌 녹색 풍선을 든 채 ‘클루니!’를 연호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엔에서 슈뢰더가 전쟁 반대 연설을 하면서 더욱 불붙은 베를린의 반전열기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가장 중요한 기운으로 작용했다. 사람들은 영화라는 창을 통해 영화라는 예술장르의 형식미보다는 그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진정성을 보기를 원했고, <CNN 뉴스>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 곳곳의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보며 눈물흘렸다. <이 세상에서>가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일부 미국 기자들은 미국 영화에 주지 않았다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러한 공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동의하는 것이었다. 2명의 아프간 난민이 온갖 고난을 겪으며 육로로 런던에 가는 여정을 그린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는 황금곰상 외에 액션그룹 피스와 하인리히 뵐 재단, 핵전쟁 저지를 위한 국제 물리학자 모임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피스 필름 프라이즈’ 상도 받았다. 그 시상의 변은 이 영화가 올해 베를린에서 가졌던 의미를 적절히 표현해준다. “어떤 센티멘털함 없이도 이 영화는 우리를 감동시켰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왔던 세계의 어떤 영화보다 더 강한 절박함과 진정성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 누구라도 이주민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미국영화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액세서리’ 역할에 머물렀다. 난치병 환자의 형제를 진중하게 스케치한 영화 <그의 형제>의 파트리스 셰로가 감독상을, 독일에서 다큐 작업을 했던 중국 리양 감독이 중국 내 광산노동자들의 비정어린 단면을 그린 중국 내 상영금지작 <눈먼 화살>이 예술공헌상을 받고, 2만5천유로의 상금이 수여되는 블루엔젤 상이 독일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에, 알프레드 바우어 상이 장이모의 <영웅>에 돌아간 가운데 할리우드영화들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가장 재기발랄했던 영화 <어댑테이션>이 심사위원 대상을, <디 아워스>의 세 여배우와 <위험한 마음의 고백>의 주연배우 샘 록웰이 은곰상 배우상을 받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영화 프로그래밍에서부터 관객의 관심과 반응, 시상 결과까지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적인’이라는 한 단어로 기억될 만한 영화제였다. 영화제 마지막 날에 이르러 우연인 듯 거리의 반전 시위 행렬과 조우한 스크린 상의 ‘피스 퍼레이드’는 정치적으로 건강했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베를린의 명물인 테크노 파티 ‘러브 퍼레이드’가 올해는 열리지 못할 것 같다는 뉴스에 아주 조금만 서운해해도 될 정도로.

★ ★ ★ 장편영화 본상

★ 황금곰상(최우수 영화상): 마이클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In This World)

★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 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Adaptation)

★ 은곰상(최우수 감독상): <그의 형제>(Son Frere*첫번째 e 위에 )의 파트리스 셰로

★ 은곰상(최우수 여우주연상): <디 아워스>(The Hours)의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 은곰상(최우수 남우주연상): <위험한 마음의 고백>(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감독 조지 클루니)의 샘 록웰

★ 은곰상(예술공헌상): <눈먼 화살>(Mang Jing)의 리양 감독

★ 은곰상(최우수 영화음악상): <마담 브루에트>(Madame Brouette)(감독 무사 세네 압사)의 마졸리, 세르세 피오리, 마마두 디아바테

★ 블루엔젤 상(AGICOA가 뽑은 최우수 유럽영화상, 2만5천유로 수여):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 알프레드 바우어 상(베를린영화제 창설자 기념상): 장이모의 <영웅>(Ying Xiong)

★ ★ ★ 단편영화 본상

★ 황금곰상(최우수 단편영화상): 슈테판 아르세니예비치의 <(A)토르지야>((A)Torzija)

★ 은곰상 겸 심사위원 상: 루시아 케드론의 <부재중에>(En Ausencia)와 스티븐 코발의 <9번 트램이 간다>(Ischov Tramwai N°9)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