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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문화부 장관 취임
2003-03-03

영화감독이 장관 되기는 처음, “최선을 다하겠다”

이창동 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2월27일 출범한 새 정부 첫 내각에서 이 감독은 문화부 장관을 맡아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캐주얼한 양복 차림에 손수 차를 몰고 문화관광부로 첫 출근을 했으며, 취임식을 생략한 채 간부들과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장관 취임 뒤 의례적으로 있어온 언론사 방문도 하지 않는 등 이전의 장관들과 다른 스타일을 드러냈다.

한 측근은 “이 장관이 문화정책 못지않게 경직된 관료문화를 바꿔가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 전했다. 이 장관도 이날 오후 문화부 기자실에 들렀을 때 “‘딴따라’ 출신 장관의 별난 개성이라기보다 관습을 버리고 국민들의 생각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으로 봐달라”면서 “형식이 굳으면 내용이 살지 못한다, 문화예술인들을 자주 만나는 문화부 공무원들은 권위주의보다 일상적 감각과 형식을 통해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이 장관을 맡은 건 국내에선 처음이며, 외국에서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 장관 후보 추천장을 대표로 작성했던 정지영 감독의 말. “이 감독은 다른 감독과 달리 독특한 캐릭터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이다. 스크린쿼터 운동할 때 이 감독이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성명서를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작성했는데 이 감독이 항상 마지막 감수를 맡았다. 그만큼 치밀하고 정확하다. 그는 또 연극, 문학도 해봤고 고교 교사에 대학 교수까지 해봤다. 감독이 장관한다고 할 때 우선 걱정되는 게 행정력일 텐데 그는 공적인 생활을 남들보다 많이 해봤다.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가 문화부장관을, 되든 안 되든 최소한 추천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했다. 노문모에서 이 감독이 1순위로 뽑혔다. 처음에 고사하는 바람에 애먹었지만….” 정 감독은 “감독으로서 지금 한창 피크에 오르고 있는데 다른 짐을 지워준다는 게 가장 미안했지만 장관직을 2~3년 해보는 게 그가 지향하는 작품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주변에서 추천할 때 중책을 맡을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 사양했으나 노 대통령이 현장 문화예술인을 발탁하겠다고 후보 시절 약속한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대 영장받고 공익근무한다 생각하고서, 부끄럽지 않게 현장 동료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장관 취임에 대해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민족예술인총연합은 환영의 성명을 냈으며, 영화인협회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강영우 사무국장은 “영화인이 장관이 된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계는 이 장관이 풀어야 할 현안으로 △통합전산망 확보 △영화제작 시장의 활성화 △영화진흥위원회의 자율성 제고 등을 꼽고 있다. 김혜준 영진위 사무국장은 “이전까지는 정책기획만 민간기구가 맡고, 그 가운데서 정부가 취사선택해 집행했는데 새 장관 아래서는 기획뿐 아니라 집행과 그 확인작업의 상당부분을 민간기구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