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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스키, 새옹지마
2003-03-03

최근 <피아니스트>로 재기에 성공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경사와 흉사가 겹쳤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홀로코스트영화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프랑스 세자르상에서 7개 부문상을, 영국아카데미상에서 주요 부문 2개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피아니스트>를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 수상 후보로 지명한 미국 아카데미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977년 13살 소녀를 강간한 뒤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은둔하고 있는 폴란스키의 개인사가 문제. 일부 아카데미 회원들이 성범죄자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LA 검찰은 폴란스키가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입국한다면 바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당시 피해자인 사만사 가이머가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폴란스키는 작품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의 직업과 능력은 나, 그리고 내가 당한 일과는 무관한 것이다.” 또한 가이머는 폴란스키가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한 자신 역시 지난날의 악몽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며, 폴란스키의 미국 입국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스키는 이로써 ‘마음의 짐’을 얼마간 벗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프로듀서가 말썽이다. <피아니스트>의 공동프로듀서 루 라이윈이 폴란드 정부에 뇌물을 바쳤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 루 라이윈은 “언론과 평단이 나와 이 영화를 둘러싼 루머를 영화 자체에 결부시키지 말길 바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어찌됐든 폴란스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