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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공격 앞두고 술렁이는 할리우드
김혜리 2003-03-10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3월 중순으로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할리우드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3월3일 전미영화배우조합(SAG)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논의 중에 반전 영화인들의 블랙리스트가 작성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협박이 있었다며 제2의 매카시 선풍을 경계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영화계 인사로는 숀 펜(사진), 마이크 파렐, 마틴 신, 수잔 서랜던, 에드워드 노튼, 대니 글로버, 롭 라이너, 페넬로페 크루즈, 재닌 가로팔로, 우디 해럴슨, 알렉 볼드윈 등이 있다. 협박성 발언을 한 단체나 개인이 지목되지는 않았다.

SAG는 “최근 토의에서 일부 인사가 ‘용납할 수 없는’ 견해를 표현하는 유명인은 일할 권리를 박탈시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런 충격적인 현상은 역사의 교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공식적인 우려를 표했다. 이날 SAG의 성명은 국제연극인동맹의 동조 성명과 함께 발표됐다. 서부시나리오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est 이하 WGAW)은 SAG의 경고에 호응하여 이라크 전쟁에 관한 개방적 토론을 강력하게 제의했다. WGAW의 빅토리아 리스킨 회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건 동조하건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을 허락하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가 배우건 작가건 의사건 회계사건 농부건 군인이건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은 기본적 자유를 공유한다”고 조합 입장을 밝혔다.

반전 영화인의 개인적 수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의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마틴 신은 안젤리카 휴스턴, 제임스 크롬웰 등과 함께 백악관에 전화와 팩스, 이메일로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워싱턴을 향한 가상행진’ 캠페인을 벌인 뒤 중도하차 압력을 받았다고 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틴 신은 간부들이 드라마 시청률 하락을 우려하여 “전쟁에 관한 입장을 전국 방송 토크쇼에서 밝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앞선 2월25일, 숀 펜은 지난 1월 의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이라크 방문 체험을 토로한 뒤 스티브 빙 감독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서 도중하차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스티브 빙과 제작사 샹그리라엔터테인먼트는 숀 펜은 연기 이외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었기에 제외된 것인데도 사안을 정치적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공격 디데이가 3월 중순으로 점쳐지면서 고민이 깊어진 것은 3월23일 개최될 오스카 관계자들. 참석자 경호, 쇼 중계 도중 전쟁 속보를 어떻게 하면 적절히 끼워넣을 것인가 등의 실무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스카 시상식 프로듀서 마크 존슨은 “어떤 경우에도 행사는 강행될 것이다. 미국은 언제나 위기시에 엔터테인먼트를 사랑한다는 것이 근거다”라고 밝혀 가 시상식을 연기할 가능성은 희박함을 암시했다. 그러나 시상식 뒤 각 스튜디오가 주최하는 뒤풀이 파티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스카 시상식은 1938년 LA지역 홍수와 1968년의 마틴 루터 킹 장례식, 1981년 레이건 저격 사건으로 말미암아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