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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영화
2003-03-10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말레이시아 영화심의위원회가 영화 <디 아워스>(사진) 상영을 금지했다. 여성끼리의 키스장면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 줄리언 무어가 출연한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매개로 각기 다른 시대를 사는 세 여자의 하루를 담은 영화. 말레이시아 영화인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심의위원회가 시대에 뒤처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프로듀서 도미니크 히는 “관객은 특정한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간다.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론가 프랜시스 다스 역시 “심의위원들은 말레이시아 영화관객이 성숙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심의위원장 샤리 모하마드 누어는 “우리는 모든 영화를 최대한 적게 삭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심의는 매우 주관적인 문제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변명했다.

말레이시아 영화심의위원회가 빈축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어데블>은 지나치게 폭력적인데다가 젊은이들이 악마(Devil)의 이름이 들어간 영웅을 숭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블레이드> 역시 폭력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쉰들러 리스트>는 섹스신과 전신누드, 시오니즘 때문에 각각 상영이 금지됐다.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는 종교적인 문제에 무감각하다며 상영금지 조처를 받았고, 코미디 <주랜더>는 말레이시아 총리 암살계획이 등장하기 때문에 상영이 금지됐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삭제를 거부해 <쉰들러 리스트> 상영이 금지된 이후에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가장 잔인한 아홉 장면을 삭제하라는 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영화상영을 포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