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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신동의 방황...<투게더>
2003-03-11

진짜 성공이 뭐야, 아빠?

문화혁명기, 하방당한 소년들 사이에 서양 클래식음악을 몰래 듣는 `지하조직'이 있었다. 첸카이거도 그 일원이었다. 반동으로 규정돼 금지됐던 서양 고전음악은, 모든 고통을 달래주는 위안이었다고 김형구 촬영감독과의 대담 때 첸카이거 감독은 말했다. 그 음악도 `옛날옛적에' 이미 해금되어, 중국 사회에서 성공으로 가는 한 간선도로가 된 상황에서 <투게더>는 시작한다.

<투게더>는 삶에서 성공이란 도대체 뭐지, 라는 질문과 음악을 두 축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시골마을의 요리사 리우청(리우페이치)에게 `바이올린 신동' 샤오천(탕윤)은 인생의 전부다. 교육을 위해 아들과 손잡고 베이징으로 무작정 상경해서 좋은 선생을 찾아 헤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첫 선생은 샤오천의 경연대회에서 만난 지앙이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은자다. 리우청은 그러나 아들에게 명예와 돈을 안겨주고 싶다.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스타제조기 유 교수(첸 카이거)에게 아들을 건네주려한다.

샤오천은 반발하고 방황한다. 그것이 성장기의 특성이자 미덕이다. 배금주의와 사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옆집 젊은 여자에게 바이올린을 팔아 코트를 사줌으로써 음악을 버리겠다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은 그렇게 유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아버지와 여자는 소년을 유 교수의 그늘로 데려간다.

성공지향 교육의 온건한 비판론이 전편에 젖어 있는 <투게더>는 분명 해피엔딩이 아니다. 소년이 연주장소로 택하는 것은 주류음악의 근거지인 콘서트 홀이 아니다. 그러나 첸카이거 감독은 진정한 음악혼과 사랑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소년이 더 깊은 음악의 근원에 도달하리라고 웅변한다. 오늘의 중국 사회를 지배(한다고 말)하는 물질적 성공의 신화에 대항하기 위해 감독은 매우 감성적인 관객 설득을 펼친다. 샤오천 부자의 집은 따뜻하게, 유 교수의 현대적 주거공간은 차게 그려내는 식의 이분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정곡선의 흐름이 진부해진 감이 있다. 중국에서, 그 전술은 성공했다. 장이모 감독의 <영웅>이 중국 시장을 휩쓸기 전까지 <투게더>는 지난 해 중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투게더>에는 조명의 이강산, 의상의 하용수 등이 참여했다.

안정숙 기자 nam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