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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사관에 눕고 싶다
이영진 2003-03-11

동남장. 현장 스탭들이라면 다들 한번씩 몸을 뉘여봤을 곳이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려면 2만5천원. 그거면 만사 오케이다. 인원 수 상관없이 저렴한 가격이라 충무로가 돈가뭄에 허덕이는 요즘엔 제작사도 스탭들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잠자리가 그리 쾌적하지 않은데다, 스튜디오가 있는 서울종합촬영소(이하 종촬소)까지 이동해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종촬소 내엔 숙박시설이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지난해 10월, 70억원을 들여 만든 춘사관. 지하 1층과 지상 4층 건물로 총휴식실 42실에 19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하룻밤 3인실(대개 2명이 사용하며, 추가 인원 입실은 불가능)에 4만원이다. 한달 이상 장기 투숙할 경우, 대폭 할인혜택이 주어지지만 한달 묵는 대가로 방 하나에 120만원을 지불하고 할인혜택을 받겠다는 이는 없다.

얼마 전 촬영을 끝낸 한 스탭은 “고작해야 감독이나 배우 정도가 이곳에 묵는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스탭은 동남장으로, 유니온으로, 엘리제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대신 이곳에선 종종 대기업 연수생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곤 한다. 서울종합촬영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시설 보수하고 나면 그 돈으로 관리비 뽑기도 힘들다”면서 “수지를 맞춰야 하니 연수생들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춘사관의 제1목적은 스탭들에게 휴식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 아니었던가. 스탭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종촬소를 관장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좀더 많은 영화인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