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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뉴 페이스를 만나다 [2]
이영진 200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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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할수록 연기연습 더 해야겠네 ”

“집에서 스트레칭 안 하죠?” “하는데요.” “그런데 왜 아파요?” 발레 코치도 답답한 모양이다. 결국 감독이 도중 연습실을 방문하자 “대역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개진한다. 매일 계속되는 특훈에 체력이 바닥났을 법도 한 두 배우, 그러나 오히려 윤 감독은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편, 발레 연습이 끝나자마자 강남으로 이동해서 계속되는 연기 연습. 지효와 한별은 류승수씨를 보자마자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오늘은 3시간 내내 했단 말이에요”라며 힘든 내색을 지어 보인다. “무용보다 연기가 중요하지”라고 류씨가 받아주자, 두 사람 입을 모아 “선생님이 감독님한테 그렇게 말해줘요!”라며 애걸한다. 하지만 류씨는 기회를 놓칠세라 “피곤할수록 연기연습을 더 해야겠네”라며 두 초짜 배우의 등을 떠민다. 눈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기,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면서 박장대소하기, 팔짝팔짝 뛰면서 구구단 외우기 등 “희로애락의 진폭을 최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쉬지 않고 주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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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같은 역할, 미궁에 빠진 캐스팅

한동안 제작진에게 극중 혜주는 ‘미궁’ 같은 존재였다. 그와 짝을 이루는 윤지 역은 개별 면담을 통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체육부원으로 출연했던 박지연으로 결정됐지만 혜주 역은 마땅한 인물을 고르지 못해 서성였던 것. 몇 차례 면담을 한 신인 중에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던 인물은 조안. “준비가 대단하다”는 점이 일단 감독의 마음을 끌었지만,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혜주를 맡기기엔 “너무 예뻤다”. 감독이 조안을 확신한 건 이날 조안이 특수분장이라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 당돌한 소녀의 제안에 감독은 항복했다.

♣ 직접 보지 못한 비사 하나. 조감독과의 2차 미팅에서 조안은 “이번에도 확답을 안 주면 손목 긋겠다”고 칼을 내놓았다고 한다. 혜주 역을 따낸 뒤 직접 본인에게 들은 당시의 상황. “정말 죽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그럴 용기도 없고, 또 저 기독교 신자거든요. 다만 손목 정도는 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커터 칼을 가져갔죠. 조감독 오빠한테는 죽긴 싫으니 손목 그으면 곧바로 병원에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뿐이에요. 무식한 방법이죠. 그런데 전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떻게든 ‘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이날의 비행(非行)은 2% 부족했던 감독의 확신을 굳혔고, 다행히 그 칼은 자해용이 아닌 제작사의 비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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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삐치지 말자… ”

크랭크인을 앞두고 물가로 애들 내모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혜주를 괴롭히는 윤지 역할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잠깐 출연한 적 있는 박지연까지, 4명의 주요 배역이 모두 확정되자 이춘연 대표는 이들을 집합시킨 다음 “서로 잘 지내야 한다. 무슨 일 있더라도 삐치지 말고…”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첫 대면이라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조안, 박지연 두 배우와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박한별, 송지효는 발레 연습을 하다 와서 피곤한 탓인지 아님 새로 온 이들에 대한 묘한 경계심 때문인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는 어떤 내용?여고 기숙사, 28계단의 전설

<여고괴담>에선 졸업앨범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선 교환일기가 비밀을 품었다면, 이번엔 ‘여우계단’이다. 기숙사로 오르는 숲길에 놓여진 28개의 계단. 평범해 뵈는 이 계단은 간절한 소원을 빌면 여우가 들어준다는 전설을 머금고 있다. 학교에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건 세명의 여고생이 서로 다른 소원을 빌면서부터다. 발레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희의 소원은 “단짝친구인 진성과 영원히 함께하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다리를 다쳤던 소희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자, 학교에선 러시아 유학의 특전이 주어지는 모란콩쿠르에 소희를 대표로 내보내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만년 2등 진성은 소희를 멀리하게 되고, 연습에만 몰두하다 “자신이 콩쿠르에 나가게 해달라”며 여우계단을 오른다. 오디션 당일. 누군가 자신의 토슈즈에 유리조각을 넣어놓았음에도 1등을 차지한 소희는 진성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말다툼 끝에 여우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진성은 결국 소희의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소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편, 윤지 무리로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해온 미술반 혜주에게 소희의 죽음은 크나큰 충격. 유일하게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소희를 잊지 못하는 혜주는 점점 야위어지면서 소희를 닮아간다. 급기야 진성을 쫓아가 “너, 왜 내 토슈즈에 깨진 유리를 넣었니?”라고 따지면서부터 학교는 세 가지 욕망의 충돌이 빚어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만남> <사이코 드라마> 등 개성적인 단편영화를 내놓았던 윤재연 감독은 “자신의 뒷모습을 알 순 없지 않냐”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악한 성향을 개성있는 캐릭터로 극명하게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한다. 1편에 이어 서정민 촬영감독이 메가폰을 다시 잡게 된 <여우계단>은 3월23일 옛 수도여고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뒤 오는 여름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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