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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주현씨?”
2001-05-03

카페

비디오대여점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시콜콜히 적는 이 칼럼은 피드백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이 나에게 사사로운 기쁨을 준다. 지난주의 칼럼을 보고 누군가 전화를 해 “<억수탕> 테이프는 물론 케이스까지 갖고 있어 기꺼이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고맙지….

며칠 전, 군에서 휴가나온 친구가 자기의 친구들과 한잔 하자는 제안에 낯선 이들과 술자리를 가진 일이 있다. 그런 자리에선 각자의 소개를 하게 마련인데, 내 차례가 되면 무지 당혹스럽다. 나이 지긋한 마흔 정도를 넘어섰으면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합니다” 같은 말로 그 상황을 넘길 수가 있으련만, 이 나이에 그렇게 말하면 더 비웃음을 살 확률이 높다. 흔히 자기 소개를 하는 방식인 명함을 내놓기도 그렇고 해서 “저는 조그마한 비디오가게를 해요”라고 간단히 말하면, “어디서 하는데요?”, “그거 돈은 잘 버나요?”, “가게 이름이 뭔데요?”하는 호기심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저, ‘영화마을’이라는…”으로 이어지는 이 대답은 항상 구차한 설명이 뒤따르게 마련인데, 그날 그 친구들 중 한명은 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혹시 종로점을 하는 이주현씨라고 아세요?”라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전데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술집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가는 제스처를 보일 만큼 적극적인 호감을 표시했다. 그날의 엄청난 술값을 계산한 것은 물론, 자기네 집에 같이 가자는 등 굉장한 호의를 베풀었다. 목포에서 올라온 사나이 이후로 내가 만난 가장 적극적인 팬이었다.

요즘 깨달은 건데, 사람들은 대부분 이 칼럼에서 비디오업계 이야기보다 대여점에 얽힌 사람 이야기를 더 재미있어 한다는 사실이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