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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 규레이터 오카다 히데노리, 이리에 요시로
박혜명 2003-04-02

일본영화의 긍지를 지켜갑니다.

3월30일 한국영상자료원과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 및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으로 주최한 ‘일본영화 황금기-1950년대 거장 15인전’이 막을 내렸다. 매진 사례가 이어지는 등 성황리에 마친 이번 행사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본 1950년대 일본영화’와 ‘<오하루의 일생>-1950년대의 전형’이라는 주제로 특별 포럼이 있었다. 이 포럼의 발제자이자 필름센터 큐레이터인 오카다 히데노리와 이리에 요시로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났다.

한국영상자료원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도쿄필름센터는 정식명칭에서 드러나듯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속 기관, 정확히는 일개 부서이다. 1952년 필름 라이브러리(Film Library)란 이름으로 시작해, 69년부터 ‘필름센터’로 활동해왔다. 오카다와 이리에는 큐레이터인 셈이지만, 영화와 그림과 다르듯 이들의 업무도 일반 미술관 큐레이터와 다르다. ‘일개 부서’라고 해도 8층짜리 독립청사가 긴자에 있고, 영화필름의 수집 및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와 오카다가 속한 영화 관련 자료들의 수집 및 관리담당 부서 그리고 이리에가 속한 영화제 기획 및 홍보부서 등 세개의 부서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중에서도, 소실돼가는 일본고전영화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은 도쿄필름센터의 핵심 활동. 외부에 부각된 상영 및 전시, 보관 기능보다도 큐레이터들은 자료수집 작업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오카다는 “2차대전 중 만주에 버려졌던 대량의 필름들을 러시아가 수거해 보관하고 있었다. 수차례 조사한 결과 이 사실을 알아내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며 “그중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데뷔작도 원본필름으로 있었다”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프린트만 해도 극영화 4천여편을 포함해 총 3만여편, 벌 수로는 5만벌 정도다. 꽤 두툼해진 라이브러리는 이곳의 입지를 높였다. “과거엔 영화제를 기획할 때 도에이나 쇼치쿠 같은 메이저영화사의 협조를 구했었는데 지금은 영화사에 없는 필름 목록이 많아져서 도리어 협조를 요청받는다.”

기획영화제도 꾸준히 열고 있다. 필름센터 건물 내 3개의 상영관을 이용해 다양한 테마의 일본 고전영화제와 연 1∼2회 정도 외국영화제를 기획, 상영한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는, 쇼치쿠사와 공동으로 오즈의 영화 전편을 상영하는 영화제를 기획 중이다. 이번 ‘일본영화 황금기-1950년대 거장 15인전’도 2002년 일본에서 열렸던 ‘한국영화 영광의 60년대’라는 영화제의 답례인사격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최했고 도쿄필름센터가 영화제 기획 과정을 도왔다.

이날도 인터뷰가 있기 전까지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종합촬영소를 돌아보느라 바빴다는 이들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한국의 시스템을 부러워했다. 도쿄필름센터는 정부 관할의 영화 관련기관으로서 일본에서 유일한 단체. 그러나 정식직원이 11명, 큐레이터는 6명으로 필름센터를 꾸려가기엔 턱없이 인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석사 출신들로만 구성됐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이들은 프로젝트마다 사후 논문을 발표하는 ‘문예연구원’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려선 안 될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앞세우는 이들 두 사람만 봐도, 6명의 큐레이터들이 모여 만드는 시너지 효과는 가늠할 만한 것이었다.글 박혜명 na_mee@hani.co.kr ·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