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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제작,두손드림픽쳐스 대표 손정은

“재미있는 영화가 목표입니다.”

멋쩍은 듯 화장을 고치며 건네는 말. “나만 울었나요? 너무 울고 나와서 이렇게 눈이 빨개요.” 아닌 게 아니라 손정은 대표(두손드림픽쳐스)는 정말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아직까지 영화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는 질문에 “우선 스토리가 튼튼하고,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에피소드들도 많고, 완성도가 있었어요”라며 즉시 냉철한 제작자의 입장으로 일목요연한 설명을 풀어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동현 감독이 들고온 <하늘정원>의 시나리오를 비행기 안에서 처음 읽었을 때도 펑펑 울었다고 한다. “아마 스튜어디스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손정은 대표는 그 시나리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믿었고, 끝내 회사의 첫 창립작품으로 현실화했다.

애정없는 시나리오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제작자도 없겠지만, 그 처음의 흥분을 믿고 제작을 실행해내는 제작자도 많지는 않다. 그러니까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동현 감독은 <하늘정원>을 서세원 프로덕션에서 만들기로 결정했고, 손정은 대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막 “서세원 프로덕션쪽에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났고, 천신만고 끝에 다시 기회가 넘어왔던 것이다. “늦게까지 일해도 제일 먼저 나와” 직원들의 눈총 아닌 눈총을 받는 부지런함과 “의견이 한 가지로 모아져야 할 때는 어김없이 나서는” 추진력은 애정어린 시나리오를 자신의 제작으로 완성되도록 이끌었던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제작자는 감독과 배우들이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하는 손 대표는 처음엔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아마 일부러 그 ‘편안함’의 자리를 마련해주려 한 방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배우인 안재욱, 이은주가 오히려 “애들이 엄마 찾는 것처럼” 제작자를 찾았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때부터는 “엄마가 애들 챙기듯이” 배우들을 꼼꼼하게 챙겨주면서 다시 한번 다른 방식으로 편안함을 이끌어나갔다. 그렇게 만든 <하늘정원>을 보았을 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안재욱이 너무 정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편집실에서 “조그만 화면으로 볼 때 안재욱 연기가 너무 수동적으로 보였는데, 지금 큰 화면으로 보니까, 아, 디테일한 연기가 사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며 이제는 <하늘정원>에 흡족함을 표시한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손정은 대표는 1978년 미스코리아 진이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발레를 전공하던 중에, 친구따라 미장원에 갔다가 우연히 미스코리아가 된 것이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신념은 다시 심리학을 전공하도록 그녀를 이끌었고, 이즈음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좋은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하에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프로젝트를 꾸려” 활동한 것이 지금의 제작자로서의 열정을 키운 훈련의 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시장에 맞춰 재미있게 잘 만들면 작품성이 있는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제작의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영화 갖고 돈 번다는 생각, 재미없죠. 다음 작품 만들 수 있는 정도?”라고 욕심없는 손익분기점을 제시하는 손정은 대표는 영화 제작사와 함께 매니지먼트, 배우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도 동시에 경영하고 있다. 글 정한석 mapping@hani.co.kr·사진 조석환sky010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