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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DVD? 유럽의 DVD 약진사례
박혜명 2003-04-10

스페인 마드리드의 어느 일요일, 신문을 사들고 바를 찾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베르무트 와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신문을 읽는 그들은 요즘, 신문과 함께 무언가를 더 건네받아 가판대를 나온다. 지금 스페인은, 일요일판 신문에 종종 딸려나오는 최신 DVD가 인기다.

구미대륙에도 DVD 열풍이 시작됐다. 지난해 한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미국에서 DVD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스페인의 경우 스페인비디오조합(UVE)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2년 DVD 대여수입이 전년에 비해 431% 증가해 4680만달러에 이른다. 셀스루 판매는 74% 증가해 1억6930만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DVD 시장이 2002년 한해 스페인에서 벌어들인 총수익은 2억1610만달러로, VHS 시장을 마침내 앞질렀다. 전체 비디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보이며 전년도에 비해 31% 성장한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같은 추세다. 국제비디오연합(IVF)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유럽 DVD/VHS 판매시장의 50% 이상을 DVD가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0% 성장한 수치다. 대여에서도 DVD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디오 조사기관인 MRIB는, 3월 셋쨋주 영국과 미국의 대여시장에서 DVD가 VHS를 앞섰다고 보고했다. MRIB에 의하면 DVD의 시장점유율은 51.6%. 미국의 경우 3월 둘쨋주 DVD 대여수입이 8천만달러에 달해 VHS보다 200만달러를 앞서고 있다.

DVD 시장의 성장 요인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자체가 VHS에 대해 가진 질적 경쟁력이다. 소비자들은 VHS에 비해 월등한 화질과 반영구적 수명을 가진 DVD를 선호한다고 필르맥스의 관계자는 말한다. 또한 DVD 타이틀의 가격하락뿐 아니라 DVD 플레이어의 가격하락도 DVD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DVD 시장이 성장하면서,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을 비롯해 DVD 타이틀을 대여하는 대부분의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고전영화 DVD를 극장입장료보다 저렴한 6달러 이하로 판매하거나 인기 타이틀과 고전 타이틀을 묶어 ‘떨이’로도 판매한다. 최신 DVD는 여전히 15∼20달러선. 그래서 저렴하고 편리하게 DVD를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겨나고 있다. 영국 번화가에 설치된 인터넷 가판대는 대표적인 예. 터치 스크린으로 DVD 대여전문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원하는 타이틀을 주문하면 24시간 내에 배달되고, 이용자는 7일 내로 반송한다. 이용가격은 1개당 3.75파운드(약 7500원)이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연 1조원대였던 VHS 시장은 2001년 1500억원, 지난해 1300억원으로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 반면 DVD 타이틀 판매액은 지난해 1060억원대를 기록했다. DVD 플레이어 판매 현황 역시 2001년 약 23만대에서 2002년 52만대로 급상승했다. 올해는 64만대까지 판매될 것으로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DVD 시장은 장기적인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UVE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의 유료TV 이용자들이 앞으로 프로그램 유료 시청제(pay-per-view system)를 적극 활용할 경우 DVD 시장의 성장세도 80년대 VHS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둔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에서 마약처럼 번지고 있는 DVD 불법복제도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