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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허우샤오시엔 특별전 [4]
이다혜 2003-04-11

나일의 딸 | 尼羅河女兒, 1987년, 96분

네편의 성장영화를 마친 뒤 허우샤오시엔이 만든 <나일의 딸>은 현대 도시 젊은이들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여동생과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오빠의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진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나일의 딸>은 허우샤오시엔이 저지른 가장 명백한 과실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예를 들어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이것이 더 나은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해야만 하는 매우 재능있는 한 영화감독이 만들어낸 범작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라고 쓴 적이 있다. 제목인 <나일의 딸>은 주인공이 자신을 투영해보는 일본 만화 제목으로, 시간을 건너뛰어 고대 이집트로 날아가 왕과 사랑에 빠지는 미국 현대여성 캐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비정성시 | 悲情城市, 1989년, 159분

대만이 일본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시기로부터 전후 대만 역사의 분수령이라고 하는 ‘2·28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격변기의 대만 역사를 임씨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는 영화. 임노인에게는 네 아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가 전환기의 역사 속에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고통을 맞이하게 된다. <비정성시>는 그때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던 ‘2·28사건’을 영화 속에 담았다는 점으로도 대만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대만에서 삭제없이 상영되어 관객 동원에 성공했으며 사건의 진상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 형성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한편 허우샤오시엔 영화미학의 한 정점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허우샤오시엔이라는 세계적 영화작가의 출현을 알렸다.

희몽인생 | 戱夢人生, 1993년, 122분

전통 인형극의 달인인 리톈루의 일생을 담은 영화. 그가 태어난 1909년부터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까지 그의 인생 역정을 그려가면서 자유의 본질과 정체성문제 등을 탐구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희몽인생>에서 특기할 것들 가운데 하나는 실제 인물인 리텐루가 영화 중간중간에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전해주는가 하면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는 점. <비정성시> 못지않은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에 대해 영화사가인 로버트 스클라는 “관객에게 주는 미학적이고 지적인 자극이라는 점에서 최근 몇년간 <희몽인생>에 비길 만한 영화는 별로 없었다”라고 썼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호남호녀 | 好男好女, 1995년, 108분

<비정성시> <희몽인생>에 이른 ‘대만 현대사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 젊은 여배우 리앙칭에게 예전에 분실했던 그녀의 일기장이 팩스로 전송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리앙칭은 몇년 전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던 자신을 도와주고 죽은 옛 애인 아웨이를 떠올린다. 한편 리앙칭은 현재 자신이 출연할 영화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여기서 그녀가 맡은 인물은 1940년대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탄압받는 치앙비유라는 여인이다. 영화는 세개의 시간대, 즉 리앙칭의 현재, 그녀가 죽은 애인과 함께했던 가까운 과거, 그리고 리앙칭이 연기할 영화 속 인물이 살았던 50년대가 혼재되어 있다. 이 세개의 시간대를 오가면서 영화는 현재로 침윤해 들어오는 과거(역사)를 효과적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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