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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셀프 인터뷰 [3]
김혜리 2003-04-18

이해불가한 모든 사건+깨져버린 연애의 기억

2003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뒤, 무대 뒤에서 만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드로: <그녀에게>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알모도바르: 나는 지난 10년간 일어난 몇 가지 실제 사건을 기록해놓았다. 한 미국 여인은 16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났다. 의사들에 의하면 그녀는 회복불능상태였다. 나는 에서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고 걷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부활은 과학이 말한 모든 것을 반박하고 있었다. 루마니아에서는 시체공시소의 젊은 야간경비원이 한 처녀의 시신에 매혹됐다. 죽음의 고독은 밤의 고독에 더해져 ‘과다한 고독’이 됐다. 젊은이는 욕망에 항복하고 죽은 미인을 범했다. 그리고 교황이 기꺼워하지 않을 기적이 일어났다. 사랑에서 비롯된 추행에 반응해서 죽은 여자가 회생한 거다. 그녀는 강직증으로 죽은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이 뉴스를 메모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2년 전 프랑스에서도 이 사건에 기초한 영화가 나왔다). 살아난 여성의 가족들은 ‘강간자’에게 고마워했지만 감옥가는 것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대신 음식 꾸러미를 넣어주고 변호사를 대주었다. 이 기묘한 상황은 흥미로운 딜레마로 이어졌다. 법이 볼 때 청년은 강간범일 뿐이었다. 그러나 가족이 보기에 청년은 딸을 살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이 스토리는 <그녀에게>에 나오는 윤리적 딜레마를 포함해 영감을 주었다. 세 번째 사건. 뉴욕에서 9년간 코마 상태인 여성이 식물인간 상태 그대로 임신했다. 며칠 뒤 병원 잡역부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의학적으로 사망한 몸이 어떻게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었을까. 네 번째 영감은 다음과 같다. ‘아름다움’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한 건 장 콕토였을 거다. 그는 미인들을 지칭한 듯싶다. 하지만 나는 예기치 못한 비범한 아름다움의 순간이 있는 상황은 우리를 울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떄 눈물은 쾌락보다는 고통과 관련이 있으며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자리를 채우는 눈물이다. 다섯 번째로, < 사악한 인형 >과 <줄어드는 놀라운 사람>을 본 이래나는 작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가구들의 다리가 메인 세트가 되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사실 트리트먼트도 벌써 썼다. 이상의 모든 사건과 깨져버린 연애의 기억이 <그녀에게> 시나리오의 영감을 주었다.

페드로: 정신상담의가 문제가 뭐냐고 베니그노에게 물었을 때 그는 “아마도 고독일 겁니다”라고 답한다.

알모도바르: 마르코(다리오 그란디네티)도 영화 속에서 두 여자에게 고독하다고 말한다. 베니그노도 마르코도 고독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멜로드라마틱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사실을 심플하게 묘사할 뿐이다. 고독은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 무엇이다. 알리샤와 리디아도 고독하다. 발레학원 선생 카테리나도 알리샤의 아버지도(비록 병원 간호사와 곧 연애를 시작할 것처럼 보이지만) 외롭다. 마리올라 푸엔테스가 연기하는 간호사는 몰래 베니그노를 사랑한다. 베니그노네 건물의 관리인도 고독하다. 유일하게 불쾌한 캐릭터인 TV 토크쇼의 속물 사회자도 리디아가 뛰쳐나간 뒤 세트에 홀로 남는다. 투우장의 소도 리디아가 치명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나간 뒤 거대한 경기장에 혼자 남겨진다. ’아마도 고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이 될 수 있을 거다.

페드로: 이제 당신에게 친숙한 셀프 인터뷰에서 고독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질문자의 부재를 어떻게 느끼는가? 아쉬운가? 아니면 경멸인가?

알모도바르: 나는 어떤 것도, 심지어 내가 증오하는 것들도 경멸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를 인터뷰하는 건 근친애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나는 원하는 것을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말할 수 있다. 셀프 인터뷰는 글로 쓰는 것이고 글쓰기는 고독 속에 이뤄진다.

페드로: 자문자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

알모도바르: 지금 깨닫고 있다.

페드로: 생활 속에서 활자화되지 않을 혼잣말을 하는 적이 있냐는 말이다.

알모도바르: 몇달 전 그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나 밤에 내가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내가 듣기로 브뉘엘도 아침마다 자신의 청력이 나아지고 있는지 체크하느라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목소리의 음색과 세기를 체크하기 위해 혼잣말을 했다. 촬영 중 목소리가 잠겨버린 나는 몇주 동안 침대에 누워서나 거울 앞에서 혼잣말을 했다. “오늘 내 목소리 어떤가?”라고 묻고 “훨씬 낫군. 무리하지 않으면 저녁때까지 목소리가 계속 날 거야”라고 답했다. 나는 언제나 언어를 믿는다. 목소리가 안 나거나 말할 상대가 없어도.

페드로: 그것이 <그녀에게>의 메시지인가?

알모도바르: 모든 영화가 그렇듯 메시지는 “극장가서 봐라”다. 그리고 서브리미널 효과에 의한 잠재의식 조작 음악 같은 기법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는 “영화를 보고 입소문을 내라”가 되겠다.정리 김혜리 vermeer@hani.co.kr·자료제공 미로비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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