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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셀프 인터뷰 [1]
김혜리 2003-04-18

<그녀에게>의 또 다른 제목은 ‘아마도 고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인터뷰하다

이제는 앞서 소개한 매력적인 꼭두각시들의 마스터를 만나볼 순서다. 셀프 인터뷰는 알모도바르 감독이 스스로 세운 하나의 전통이다. 그는 1984년 “만일 어느 누가 나에 관해 써야만 한다면 내가 쓰고 싶다”는 말로 셀프 인터뷰를 시작했다. 군데군데 자문자답이라 믿기 어려운- 낯간지러운- 대목도 많지만, 이것은 분명 <그녀에게>에 관한 알모도바르와 알모도바르의 대화다. 마드리드의 깊은 밤 야한 색깔 파자마를 걸치고 책상에 앉아 전세계 영화기자들에게 배포할 자료를 위해 입술을 달싹이며 묻고 답하는 더벅머리 알모도바르 감독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면 한층 즐거울 것이다.

페드로 : 이제 당신을 여배우의 훌륭한 감독일 뿐 아니라 남자배우도 잘 다루는 연출자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녀에게>의 주인공은 두 남자이고 역을 맡은 두 배우는 근사한 연기를 보여준다.

알모도바르 :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어서 흐뭇하다. 하비에르 카마라와 다리오 그란디네티(<그녀에게>의 두 주연)는 복잡한 역을 정말 잘 연기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가 남자가 주도하는 나의 첫 영화는 절대 아니다. <라이브 플래쉬>는 남성의 스토리였고 <마타도르>와 <욕망의 법칙>에서도 남자가 액션을 결정했다. <욕망의 법칙>의 카르멘 마우라도 한때 남자였다(성전환자).

페드로 : 어느 쪽이 더 재미있나?

알모도바르 : 무슨 뜻인가?

페드로 : 남자배우와 여자배우 중 어느 쪽이 더 일하기 즐겁냐 말이다.

알모도바르 : 연기 잘하고 내가 감독이고 작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어줄 때면 남녀 가리지 않고 즐겁다. 내가 14편의 장편을 만드는 동안 좋은 남자배우보다 좋은 여배우를 더 많이 발견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남성이나 중성 역보다 여성 캐릭터를 많이 쓴 것도 사실이다.

페드로 : 그거야 말하나마나다….

알모도바르: 시나리오 작업에 한정하면 대체로 여성은 내게 코미디의 영감을 주고 남성은 비극의 영감을 준다.

페드로 : 왜 코미디를 더 많이 만들지 않나?

알모도바르: 시나리오가 좀체 안 나온다. 하지만 밀어붙여볼 것이다.

페드로: 시나리오가 밀어붙일 수 있는 물건인가? 각본의 요소와 톤 같은 걸 어떻게 밀어붙이나?

알모도바르: 다큐멘터리와 전기영화만 빼면 그렇지도 않다.

페드로: <그녀에게>의 장르는 무엇인가?

알모도바르: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거라곤 <그녀에게>가 서부극이나 CIA 요원이 나오는 영화나 제임스 본드 영화나 시대극이 아니라는 정도다.

페드로: 엄밀히 말하면 시대극 부분은 약간 들어 있는데….

알모도바르: 맞다. 정확히 말하면 1924년을 배경으로 하는 7분 분량의 무성영화다.

페드로: 대사도 없는 7분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알모도바르: 영화 중간에 베니그노가 보고 알리시아에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무성 영화 <애인이 줄었어요>(과학자 애인이 발명한 약을 먹고 손가락만큼 작아진 남자가 연인의 질 속으로 들어가는 내용)를 통째로 삽입했다.

페드로: 전체 내러티브에 이질적인 단편을 끼워넣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알모도바르: 사실 모험이긴 했다. 지금은 끝났으니 괜찮지만 찍는 동안은 겁이 났다. 두 부분을 편집실에서 이어붙일 때까지는 잠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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