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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8]
이영진 2003-04-18

쓰치모토 노리야키 회고전

가혹한 노동의 착취를 외친 투쟁가

<미나마타-환자들과 그 세계>

1960년대에 진입하면서 일본 경제는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전후 복구를 완성했음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각 가정에 TV 수상기가 속속 보급됐던 것도 이 시기다. 그와 반대로 일본 다큐멘터리 진영은 침체일로에 빠져든다. 사회 폐부를 민감하고 깊숙하게 헤집는 다큐멘터리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극장은 다큐멘터리를 멀리했고, TV는 삐딱한 기록을 거세했다.

이런 시대에 오가와 신스케와 쓰치모토 노리야키는 반기를 들었다. 농민들의 나리타공항 건설반대투쟁을 담은 산리쓰카 7부작으로 잘 알려진 신스케에 비해 국내에선 덜 알려진 쓰치모토는 1928년생으로 전후 좌익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인물. 와세대대학 졸업 뒤에도 좌파그룹에서 활동했던 그는 1956년, 하니 스스무의 <교실의 아이들>(1955)에 영향받아 다큐멘터리 세계에 발을 들인다. <노상기록>(Along My Road, 1963, 54분)은 그의 데뷔작.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도쿄의 택시운전사를 뒤따르면서 심신을 갉아먹는 가혹한 노동에 대해 발언한다.

그의 존재를 알린 건 ‘미나마타’ 시리즈다. 1950년대 초, 일본의 최대 화학공장이었던 질소비료회사에서 흘려보낸 폐수로 인해 인근 미나마타 어민들이 신체마비, 시각장애, 기형아 출산 등을 호소하게 되고 급기야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건을 클로즈업했다. <미나마타-환자들과 그 세계>(Minamata-The Victims and Their World, 1971, 120분)는 1978년까지 그가 내놓은 13편의 미나마타 연작 기록물의 시작. 원인 규명과 함께 유족과 피해자들의 투쟁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반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하여 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절망을 넘어서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서 인간의 존엄이 발견된다”고 썼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이들 대표작 외에도 규슈의 석탄 광산에 강제징용됐던 한국인들의 고단한 삶을 15년 동안 그려온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에 관한 <피어라 봉선화>(Jewelweed is Ripe, 1984, 48분)와 1989년 구소비에트연합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전쟁의 비극적 현실을 조망하는 <아프간의 봄>(Afghan Spring, 1989, 116분) 등 모두 4편이 상영된다. 이영진 ant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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