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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4]

블랙 할리우드의 세계로 오세요

추천작 Part III - 심야가 좋다 :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

사진 왼쪽부터 아이작 줄리언, 고든 파크스, 멜빈 반 파블스, 잭 힐 감독.

1971년, 같은 시기에 공개된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과 <샤프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ck+Exploitaion)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 두 작품이 예상치 못했던 돈을 움켜쥐자 할리우드는 흑인 관객이란 새 광산을 찾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두편의 처지는 꽤 다르다. <…배다스 송>은 온전한 독립영화의 승전보였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멜빈 반 피블스가 시나리오, 감독, 제작, 주연, 편집을 도맡았고 그는 흑인 소유의 극장이 전무했던 배급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게다가 미국영화협회(MPAA)는 X등급을 ‘선물’로 안겨주며 정상적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했다. 스튜디오에 의해 배급된 <샤프트>는 적어도 이런 혹독한 운명은 피해갔다(MGM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원해줄 정도였다). 운명의 끝도 좀 다르다. 새뮤얼 L. 잭슨이 2000년대의 ‘섹스머신’으로 재탄생한 리메이크 <샤프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에 대한 향수를 선사하긴 했으나 흑인인권운동가 제시 잭슨이 격렬한 목소리로 이 장르를 공격할 만큼 70년대 전반을 들끓게 했던 열광의 이유를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샤프트>의 쓰임새가 그랬듯 당시 미디어가 개척과 착취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익스플로이테이션’이란 단어에 방점을 둔 건 후자다. 비평가들 역시 마약 중개상과 포주가 판치는 ‘흑인영화’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잭 C. 엘리스의 <세계영화사>에는 이 장르에 대한 언급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스티븐 C. 얼리의 <미국영화사>는 “마약중독자에 대한 찬미”, “지나친 폭력과 진부한 백인 묘사” 등으로 못마땅한 태도를 보인다.

영국 출신의 아이작 줄리언이 만든 다큐멘터리 <배다스 시네마>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재발견을 설득력 있게 요구한다. 무엇보다 은은히 이어져오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강한 숨결이다. 초등학생의 쿠엔틴 타란티노는 LA의 큰 극장을 죄다 점령한 블랙스플로이테션영화를 보고 블랙 할리우드의 세계에 사로잡혔고, 먼 훗날 <재키 브라운>을 만들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맥을 힙합에서 찾는 건 그다지 무리가 아니다. 누군가의 총을 맞고 숨진 미국 웨스트코스트의 정상급 래퍼 투팍은 죽을 때까지 이들 영화를 컬렉션으로 모았다.

<배다스 시네마>의 아이작 줄리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다스 송>을 가리켜 “온전한 하나의 장르를 창조한 영화”라고 치켜세웠다. ‘개척’으로서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을 음미하려면 <샤프트>보다는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이 적당해 보인다. 장면은 신랄하되 선정적이지 않으며, 신과 신의 연결은 관습적이라기보다 전위적이다.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는 <코피>의 여자주인공 ‘코피’는 ‘샤프트’만큼 거칠고 섹시하다. 이성욱 lewook@hani.co.kr

<배다스 시네마>(Baadasssss Cinema)감독 아이작 줄리언 | 영국·미국 | 2002년 | 56분 | 다큐멘터리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탄생부터 70년대 중반의 급작스런 쇠퇴,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장르의 생명력을 극영화 못지않은 탄력있는 리듬감으로 보여준다. 이 장르가 가진 정치적 맥락과 상업적 요인을 고루 짚어내고 있는데, 13명의 인터뷰 내용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코피>와 <재키 브라운>의 주인공 팸 그리어, 새뮤얼 L. 잭슨, 쿠엔틴 타란티노, 멜빈 반 피블스 등의 인터뷰다. (사진 왼쪽)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Sweet Sweetback’s Baad Asssss Song)감독 멜빈 반 피블스 | 미국 | 1971년 | 97분

매춘부들 틈에서 자라난 스위트백의 회상으로 시작하는데 꼬마 스위트백이 한 매춘부에 이끌려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도발적이다. 청년이 된 그는 한 젊은 흑인 용의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백인 경찰을 수갑을 이용해 때려 숨지게 하고 줄곧 쫓긴다. 초창기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편집방식이나 적나라한 촬영이 흥미롭다. 스탭들은 당시 포르노계의 베테랑들이었다고.(사진 오른쪽)

<배다스 시네마>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

<샤프트>(Shaft)감독 고든 파크스, 미국, 1971년, 100분

사립탐정인 존 샤프트의 첫 대사는 ‘퍽 큐’다. 태연히 무단횡단하는 그를 향해 달려들던 운전자를 향해. 거칠고 대담한 그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택시에 승차거부당하는 초라한 처지이기도 하다. 갱단 일원의 딸이 유괴된 사건에 개입하면서 사건이 이어간다. 너저분한 갱 사무실에 달랑 걸려 있는 말콤X의 분노에 찬 사진을 거듭 보여주는 건 왜일까.(사진 왼쪽)

<코피>(Coffy)감독 잭 힐 | 미국 | 1973년 | 91분

간호사 코피는 11살짜리 여동생이 마약으로 정신을 놓자 복수에 나선다. 마약 암매상을 처치하는 데 이어 갱단 두목까지 없애려 한다. 여기에 자신의 매력적인 외모를 십분 활용한다. 코피 역의 팸 그리어는 거의 여전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몸보다 머리를 쓰는 원숙한 그의 모습을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

<샤프트>

<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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