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성질 죽이기>의 극장가 살리기
김현정 2003-04-21

전쟁 여파로, 코미디영화 잇따라 박스오피스 1위 차지, 5월부터는 블럭버스터 전쟁

애덤 샌들러와 잭 니콜슨의 코미디 <성질 죽이기>가 몇주 동안 침체에 빠져 있었던 미국 극장가를 되살려냈다. 4월11일 개봉한 <성질 죽이기>가 주말 동안 올린 수입은 4450만달러. 그 전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폰 부스>의 개봉수입 1500만달러에 비해 세배 가까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스콜피온 킹>을 제치고 역대 4월 개봉 주말수입 중 가장 높은 액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박스오피스 2위에서 12위까지의 영화들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성질 죽이기>는 여름 시즌을 앞둔 할리우드에 좋은 전조로 작용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배급사인 콜럼비아픽처스의 배급담당 사장 로리 브루어는 “여름 시즌이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예상하지 못한 성공에 흥분했다.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하는 여름 시즌은 보통 5월에 시작된다.

<너티 프로페서2>의 피터 시걸이 연출한 <성질 죽이기>는 성질을 죽일 필요가 전혀 없는 남자가 정신교화프로그램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에 끌려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영화다. 온화한 남자 데이브 버즈닉은 비행기 여행을 하던 도중 항공사의 실수에 항의하다가 성격이상자로 오해받는다. 분노를 다스리라는 판결을 받은 데이브는 버디 라이델 박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라이델 박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교화방식으로 데이브를 괴롭히면서 마음 착한 그에게 분노를 억누르지 말고 표출하라고 강요한다. 빛나는 두 주연배우 외에도 <성질 죽이기>는 만만치 않은 배우들을 온갖 성질을 가진 환자들로 불러모았다. 헤더 그레이엄과 우디 해럴슨, 존 C. 라일리, 해리 딘 스탠튼, 루이스 구즈만, 존 터투로 등이 잠깐씩 등장해 성질을 부리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그 자신으로, <나의 사촌 비니> <왓 위민 원트>의 마리사 토메이가 데이브의 연인으로 출연한다.

보기 드문 출연진과 훌륭한 흥행성적에도 불구하고 <성질 죽이기>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로저 에버트는 “애덤 샌들러에겐 최고의 영화일지 몰라도 잭 니콜슨에겐 최악의 영화”라고 썼고, 의 케네스 튜란은 “몇몇 장면은 재미있지만, 계속 관심을 기울이기엔 너무 산만하고 둔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성질 죽이기>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까닭은, 그리고 <헤드 오브 스테이트> <브링 다운 더 하우스> 같은 코미디영화들이 연이어 박스오피스 정상을 점유하고 있는 까닭은, 전쟁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박스오피스를 집계하는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의 대표 폴 데가라베디언은 “올해 코미디영화가 인기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분노를 해소하고 싶어한다. 그러기에 애덤 샌들러와 잭 니콜슨이 나오는 코미디영화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애덤 샌들러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높은 개봉수입을 올린 <성질 죽이기>를 시작으로, 얼어붙은 미국 영화시장은 조만간 회복될 전망. 5월2일 개봉하는 <엑스맨2>를 필두로 <매트릭스2> <미녀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헐크> <나쁜 녀석들2>가 여름 시즌 동안 개봉할 예정이다. <성질 죽이기>의 제작사 레볼루션 스튜디오의 톰 셰렉은 “사람들은 걸프전 때와 달리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좀더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 영화시장의 회복을 기대했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