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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
이다혜 2003-04-25

<볼링 포 콜럼바인>은 `재미`를 무기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중 `5%만이라도`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그 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새로운 야만의 시대 혹은 럼스펠드의 말처럼 ‘4차대전’의 시기에 마이클 무어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끔찍한 진실>이나 을 보았다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카메라는 정의를 향한 공평한 무기이다. 무엇보다 좌파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한 구절이 있다. 웃음을 비난하는 행위에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분명, 너무나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데 농담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나는 컬럼바인 사건을 갖고 농담하는 게 아니다. 학내 총기사건은 농담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서기 두려워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머와 풍자가 그 대목에서 중요해진다’고 마이클 무어는 말한다. 사람들은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며 무엇인가를 느끼고 배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이 단지 마이클 무어의 스타의식 때문에 조금 변형되어 있다 해도, 그 안에 담긴 분노와 슬픔은 진실이다. 통계자료는 거짓이 아니고, 마이클 무어의 진심은 거짓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목표는 이랬다. 만약 10%의 사람들이 내가 말한 점을 되새기며 미국 극장을 나선다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며, 만약 그들 중 5%가 어떤 일을 한다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표를 작게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절망에 빠져서 전부 포기했을지도 모르니까‘ 어쨌거나 <볼링 포 콜럼바인>은 K마트가 총알 판매를 금지하게 됐음을 알려준다. 그것만으로 <볼링 포 콜럼바인>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볼링 포 콜롬바인> 같은 다큐멘터리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마이클 무어는 의미가 있다. 그런 재기발랄한 정치 투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영화 보기만이 아니라 세상살이에도 아직 즐거움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편집 이다혜

마이클 무어의 다음 행보부시는 어떻게 비극을 4차대전의 선전술에 쓰고 있나

마이클 무어가 만들 다음 다큐멘터리의 공격 목표는 무엇일까? 마이클 무어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논픽션을 좋아하는 우리이지만 지금은 가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가짜 대통령을 선출한 조작된 선거 결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면에서 부시를 비난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부시가 선거 조작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이유는 <멍청한 백인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책은 부시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미국의 보수 우파들이 어떤 음모를 꾸몄고, 어떻게 미국이 점점 자기모순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를 방대한 자료로 보여준 책이다. 마이클 무어의 글솜씨는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날렵하고 재미있다.

수상 소감에서 보여준 것처럼, 마이클 무어는 이제 부시를 정면공격할 태세에 있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화씨 911>의 내용도 바로 그것이다. <화씨 911>은 책이 금지된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를 풍자하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화씨 911>의 제작사가 멜 깁슨의 아이콘프로덕션이라는 것이다. 멜 깁슨은 잘 알려진 공화당 지지자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를? 멜 깁슨의 아버지인 허튼 깁슨은 이전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9·11의 배후임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이 9·11을 유도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들보다는 아버지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들의 효성심이 지극하기 때문인지 하여튼 허튼 깁슨이 <화씨 911>의 제작에 찬동했을 것은 분명하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와 알 카에다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의 숙명적 관계를 밝힐 예정이다. 아버지 부시는 9·11 두달 전까지 빈 라덴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빈 라덴 일가는 부시가 관계하고 있는 칼라일 그룹에 투자했다. 그런데 9·11 두달 전에 모든 관계를 끝냈고, 따라서 9·11 이후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게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마이클 무어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지만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밖에 <화씨 911>은 9·11 이후 미국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부시가 어떻게 비극을 이용하여 4차대전의 선전술에 쓰고 있는가 등을 그려낸다.

마이클 무어는 9·11 당시 뉴욕에 살고 있고, 그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의 하나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를 비롯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죽었고, 뉴욕의 경찰과 소방관이 죽었다는 사실뿐이다. 마이클 무어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마찬가지로, 질문에서 시작한다. 마이클 무어는 9·11에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가려진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사소한 질문에서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1]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2]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