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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엑스맨2> X - Men2 [3]
김혜리 2003-04-25

감독 브라이언 싱어 인터뷰"스트레스로 늘 통증에 시달린다."

<유주얼 서스펙트> <죽음보다 위험한 비밀> 같은 인디영화를 했고 지금은 <엑스맨> 같은 거대 예산 프랜차이즈영화를 만들고 있다. 계획한 것인가.

(영화규모 문제가 아니라) 나는 늘 SF판타지에 매료됐다. <스타워즈> 등 SF영화는 어린 시절 극장 앞에 세 시간씩 줄을 서게 만들었다. 그들은 인간의 이야기를 장대한 스케일과 환상적인 시점으로 들려준다. 동네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16mm <지구가 저항한 날>을 보여준 9살의 어느 날부터 SF판타지의 힘을 깨달았다.

30대의 무려 6년을 <엑스맨>에 바쳤다.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은가. 더 작은 영화도 하고 싶지만, 엑스맨들의 우주와 워낙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웃음) 상황에 따라 정할 것이다. 3편 연출은 고려 중이다. 생각할 게 뭐 있냐고? 한마디로 기진맥진한 일이다. 시나리오 다듬고 프리 프로덕션에 지칠 무렵이면 주말도 없는 110일의 촬영이 시작된다. 18시간 촬영하고 3시간 편집하는 날들이 지나가면 후반작업이 시작되고 특수효과에 매달리다 보면 마케팅 시즌이다. 나는 수천명을 움직이는 프로세스의 중심이다. 그 과중한 책임을 다시 짊어진다면 내가 하고픈 이야기와 제작요소를 명백히 파악한 다음이어야만 한다. <엑스맨> 영화 사이에 스토리면에서 다른 색깔의 영화를 할 수도 있다. <엑스맨> 만화의 세계는 광대하다. 무수한 스토리의 가능성 중에 어떻게 시나리오를 쓰나. 나 스스로 이미지로, 이야기로 보고 싶은 대목을 고른다. 그 다음 나머지는 A점에서 B점을 어떤 경로를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젊은 나이에 대형 프로젝트를 끌어가고 있다. 특권을 느끼나. 하루하루는 당장의 일에만 집중하니 모른다. 하지만 이따금 머리를 들어 생각하면 이런 자원과 인력을 얻다니 얼마나 축복인가 싶다. 그래서 열심히 일한다. 나쁜 점은 몸이 힘들다.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늘 통증에 시달리고 병에 걸릴 듯 말 듯한 상태다. 어렸을 때는 스필버그 같은 유명감독이 너무나 멋지고 부러웠는데, 일은 너무 좋지만 매스컴 타는 건 안 맞는다. 비판도 많이 받고 이상한 스토커들의 표적도 되고.

영화에 동그란 구조물이 유난히 많다. 어렸을 때는 네모난 창, 문, TV에 익숙하지 않나? 그러다가 카누를 타러 간 지방에서 동굴 같은 터널을 보고 그냥 반했다. <유주얼 서스펙트>에도 커피잔 바닥의 디졸브가 있고 <엑스맨2>에도 둥근 창, 터널, 엑스제트 뒷문 등 수도 없이 서클이 나온다.

2편의 브라이언 콕스까지 영국 배우들을 다수 기용했는데. <스타워즈>의 멋진 영국 배우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등에서 훈련된 영국 배우들만큼 판타지영화를 잘 구현할 연기자들은 없다. 그들은 때로 과장스럽고 노골적인 판타지의 대사를 훌륭히 소화한다.

<엑스맨2>에서 최종 편집권을 가졌나. 그렇다. 스튜디오는 스케줄과 예산에 관해서만 압력을 가한다. 이번에는 1편 때 하고 싶었던 대로 영화를 찍었다. 5시간짜리 뮤지컬만 아니라면 간섭은 없다.

<엑스맨2>는 1편보다 스토리 위주로 굴러가는 영화 같다. 1편은 서론이라는 족쇄가 있었다. 이번에는 사회정치적, 심리적, 로맨스적 요소를 더 넣을 수 있었다. 관객이 2편을 즐기기 위해 1편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1편은 중요했다. 마치 영화의 첫 한 시간을 따로 잘라 만든 느낌이다.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신이 있나. 대규모 신, 액션신은 다 힘들게 찍은 대공사여서 흐뭇하다. 아이스맨이 부모에게 돌연변이임을 고백하는 커밍아웃 장면도 좋지만, 최고는 울버린과 아이스맨이 학교 부엌에서 사랑하면서도 다가갈 수 없는 각자의 여인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다. 진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로그는 접촉하면 상대를 죽이니까.

1편의 오프닝인 포로수용소 장면은 대단했다. 그처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인간의 현재와 직접 연결되는 장면을 2편에도 넣을 생각은 없었나. 이미 1편에서 엑스맨 이야기를 홀로코스트와 나란히 놓아 역사적으로 위치지웠으니 내가 한 일을 내가 또 앞지를 길이 달리 있겠나. 예수가 돌연변이였네 할 수도 없고. 아, 실은 한 가지 있다. 스톰의 과거를 보여주고 싶었다. 케냐의 꼬마 소녀였던 스톰이 실수로 마을을 비바람에 날려버리고 온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증오하게 되는 시퀀스였는데 (아쉬운 듯) 포기했다.

<엑스맨> 시리즈에 나오는 돌연변이에 대한 우려와 편견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이 9·11과 전쟁 사태로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지 않나. <엑스맨2>는 9·11 이전에 초안된 스토리지만, 관객이 보는 방식은 확실히 다를 거다. 전쟁 스트레스에서 도피하려는 욕구도 있을 것이고. 불관용은 언제나 내부로부터 나온다. 메시지가 없다면 영화 만드는 재미가 있겠나. 불꽃놀이일 뿐이다. 누가 15분 내내 불꽃놀이를 보겠는가. 앗, 그러고보니 난 불꽃놀이를 20분은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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