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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엑스맨2> X - Men2 [2]
김혜리 2003-04-25

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 간수. 매그니토의 희생자가 된다.

좀더 야하고 좀더 피를 많이 보는 <엑스맨2>는 여전히 <스타워즈>보다는 <스타 트랙>에 접근한 ‘캐릭터 블록버스터’다. 오리엔테이션 단계를 통과한 인물들은 성장한다. 울버린은 얼마간 과거의 결박을 풀고 현재에 고개를 돌리고, 진 그레이는 자꾸만 커가는 자기의 초능력에 위화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수성보다 인간성을 부쩍 가꾼 미스틱은 울버린에게 적극 대시하고, 공동체에서 추방당하고 인간을 회의했던 스톰은 나이트크롤러의 천진하고 성스러운 선의에 감화된다. 로그의 남자친구 아이스맨이 울버린과 다가갈 수 없는 여인들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과 부모에게 돌연변이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시퀀스는, 전편의 오프닝에는 미치지 못하나 긴 여운을 남긴다.

슈퍼 모델과 미인대회 여왕, 오스카 수상자와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베테랑들로 우글거리는 <엑스맨2> 군단은 여전히 울버린을 선두에 세우지만, 1편에서 관객 시선을 장악한 미스틱과 오스카 여우주연상으로 주가를 높인 할리 베리의 스톰을 의도적으로 전진 배치한다. 그러나 팽창하는 엑스맨의 우주는 제작진의 고질적 고민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가 계속된다면 TV시리즈가 아닌 극장판으로 어떻게 불어나는 인물들을 공정하게 담아낼 것인가. 2부작으로 제작을 고려 중이라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최고의 재미는 역시 캐릭터 앙상블 >>

콘트라스트를 높인 조명과 바닥과 천장을 유영하는 고삐 풀린 카메라 움직임, 개량된 엑스제트(엑스맨의 전투기)의 장비와 돈과 시간을 배가한 특수효과 등등 2편에서 업그레이드되거나 옥탄가를 높인 요소도 적지 않지만, <엑스맨2>의 감상 포인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인물로 귀결된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매그니토 역의 이안 매켈런. 플라스틱 감옥을 유유히 탈출하는 그의 위용은 한니발 렉터보다 한층 우아한 향기를 풍기고, 젊은 캐릭터를 무색하게 하는 위트는 선한 백색 마법사 간달프의 팬까지 만족시킬 만하다. 게다가 사경에 빠진 돌연변이를 구하는 영웅은 이번만큼은 그의 라이벌 자비에 교수가 아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보석은 앨런 커밍이 연기하는 나이트크롤러. 서커스만 벗어나면 추물로 박대받으면서도 박애정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는 그는 한번 죄를 범할 때마다 천사의 심벌을 제 몸에 하나씩 피흘리며 문신하는 가여운 영혼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더 엄격히 고민하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돌연변이의 운명을 대변한다.

한명의 엑스맨은 죽고- 적어도 겉보기로는-, 한명의 엑스맨은 소속을 이적한 채 엑스맨 시리즈판 ‘제국의 역습’에 해당하는 <엑스맨2>는 휴전에 들어간다. 선악의 원색적 전면전, 신입 캐릭터와 새로운 구경거리들, 진해진 로맨스. 다시 나열하고 보니 두개의 탑 이야기 같기도 하고 비밀의 방에 관한 객설과도 무척 비슷하다. 누군가 21세기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2편의 레서피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다면, 이제 주석은 넉넉하다. <엑스맨2>는 5월1일 국내 개봉한다.

<엑스맨2> 출연 배우 인터뷰 브리핑 어른 액스맨들은 미친 어릿광대들

베벌리힐스 포시즌 호텔에 마련된 <엑스맨2>의 인터뷰 룸에는 도합 아홉명의- 팜케 얀센이 동반한 애완견이 위장한 뮤턴트가 아니라면- 돌연변이들이 나타났다. “저어, 꼬리가 길면 불편하지 않나요?” “3편에서는 부활하시나요?” 같은 황당한 문답만 오갈까봐 염려했지만, 근육 만드는 비결부터 독창적 블록버스터가 배우에게 줄 수 있는 혜택까지 망라한 그들의 입담은 생활정보지건 영화전문지건 참가한 모든 기자가 맡은 지면을 채우고도 남았다.

휴 잭맨(울버린) “분노를 연기해야 할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 내 아이들이 공격당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우리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지 놀랍다. <엑스맨2>는 액션영화로서는 캐릭터가 중요한 특이한 작품이다. 게다가 여름 블록버스터로 나한테 영화계로 통하는 많은 길을 터주었다. 연기를 요하는 입체적 인물에다가 대작 블록버스터이니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쇼케이스다.”

제임스 마스덴(사이클롭스) “우선 레아 공주의 도넛 머리처럼 생긴 안광 조절기를 개비해서 기쁘다. 애인 진 그레이에게 일어나는 일은 어찌보면 사이클롭스에게 더 재미난 역할이 주어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이클롭스는 슬퍼하는 척하다가 스톰의 방으로 달려갔을 거다. (웃음) 2편에서 앙숙 울버린과 사이클롭스 사이에는 모종의 연대감이 싹튼다. (LA 레이커스 농구단의) 코베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의 관계랄까. 근무 중에는 존중하지만 퇴근 뒤 같이 맥주 마시는 일은 없는 사이다.”

휴 잭맨 | 울버린 역

제임스 마스덴 | 사이클롭스

켈리 후(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 “원작만화의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는 나와 전혀 안 닮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여장해서 캐스팅하면 비슷한 모습이다. 나는 가라테 검은 띠 유단자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나와 울버린의 결투 안무는 멋있었지만 무술과는 무관했다. 감독은 이것이 성룡 스타일의 결투가 아니라 악에 받친 두 돌연변이의 충돌로 보이도록 애썼다.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고 공중과 벽을 헤집고 다니는 데 가라테가 도움이 될 리 없다. 와이어는 완전히 다른 스킬을 요한다. 밧줄이 몸을 옥죄고 있으면 발차기하기가 10배는 더 힘들다.”

앨런 커밍(나이트크롤러) “(수줍은 목소리로) 독일 억양으로 연기했는데 한동안 독일 국민들이 화났을까봐 방문하기 겁난다. (뜬금없이) 2000년에 방문한 베를린은 참 건강한 섹스관을 지닌 사회였다. 성생활을 논한 내 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트에서도 공짜로 책을 돌렸는데 패트릭 스튜어트 선배(자비에 교수)가 이랬다. (묵직한 성대묘사로) ‘음, 나는 아침마다 꼭 30분씩 대본 아닌 책을 읽는다네. 내일부터 자네 책을 읽음세.’ 어머어머 어떡해! 이튿날 선배가 말했다. ‘음, 아주 흥미로운 챕터였네.’”

켈리 후 |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 역

앨런 커밍 | 나이트 크롤러 역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미스틱) “미스틱은 섹스의 프레데터다. 1편부터 그건 내 아이디어였다. 울버린과 대결 중에 입술을 핥는 장면은 감독이 안 볼 때 내가 한 거다. 감독은 자르고 싶어했지만 스튜디오가 좋아했다. 2편에서 울버린의 천막에 변신한 미스틱이 들어가는 장면은 그 아이디어의 발전으로 역시 최종편집본에 살아남았다. 미스틱은 로맨스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전투와 섹스를 좋아하는 여성이다.”

팜케 얀센(진 그레이) “이 반지? 내 것이 아니라 스타일리스트가 갖고 온 거다. 마케팅팀은 프레스 정킷에도 스타일리스트를 붙인다. 설마 내가 이 머리모양과 옷을 다 혼자 갖췄을 거라고 상상했나? (동반한 보스턴 테리어에 대해) 나는 평생 개를 원했다. 그것도 큰 개를. 하지만 누군가 루크레시아를 선물하면서 작은 개는 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 있다고 말해서 마음을 바꿨다. 루크레시아는 애인을 비롯해 모든 걸 대체하는 존재다. 이름을 대용이라고 바꿀까?”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 | 미스틱 역

팜케 얀센 | 진 그레이 역

아론 스탠퍼드(파이로) "영화를 보면 심각한 메시지를 진지하게 연기하는 것 같지만 <엑스맨>의 어른 배우들은 실상 미친 어릿광대들이다. (폭소) 다들 놀이와 농담을 즐긴다. 최고는 이안 매켈런이다(다들 동의한다).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유희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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