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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열흘간의 불면의 밤, 막 오르다
김현정 2003-04-28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25일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는 전북대 문화관에서 열흘 동안 계속될 영화제의 첫걸음을 뗐다. 영화배우 문성근과 문소리가 진행한 이날 개막식에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영화배우 박중훈과 안성기, 장미희, 영화제 홍보대사 신애, 가수 강타 등이 참석해서 차츰 자리를 굳혀가는 전주영화제의 출발을 축하했다. 특히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에 참여한 박찬욱, 박광수,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진솔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여섯개의 시선>은 여섯명의 감독들이 각기 ‘인권’을 주제로 단편을 만들어 완성한 옴니버스영화다.

171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올해 전주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모토 아래 좀더 친숙하고 대중적인 영화제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했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던 지난해 메인상영관 소리문화의 전당을 떠나 시내 중심가에 가까운 전북대 문화관으로 돌아왔고, 영화제 일정을 사흘 늘려 좀더 여유있는 영화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객석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편. 그러나 전주영화제쪽은 “상영관과 객석 수는 줄었지만, 시설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면서 새로 개관하거나 시설정비를 거친 프리머스, 씨네시티 코리아 등 추가된 상영관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지금까지는 예매상황도 지난해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과 폐막작 <파 프롬 헤븐>이 예매를 시작한 당일 모두 매진됐고,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될 <애니매트릭스>도 매진을 기록했다. <한쪽 날개로 날다> <켄 파크> <개구리 왕자> <텐> 등이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들. ‘전주-불면의 밤’ 프로그램에 포함된 미카엘 하네케와 하니 스스무의 영화들도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흐린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사스(SARS) 여파로 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이 크게 줄어든 와중에, 아시아 독립영화포럼 심사위원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가린 누그로호가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을 통보해왔다. ‘디지털 삼인삼색’ 감독 중 한명인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도 사스가 두려워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편지를 보냈고, <치킨 포에츠>의 맹진위 감독도 TV드라마 촬영과 일정이 겹쳐 방한을 취소했다.

가장 파장이 컸던 사건은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기로 했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갑작스러운 상영취소. <원더풀 데이즈> 제작사는 이미 표를 예매한 관객에게 특별시사회를 제안하는 등 화해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듯하다.

이처럼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는 점은 전주영화제가 1회 때부터 지적받아온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디지털’과 ‘대안’이라는 쉽지 않은 고집을 지켜온 전주영화제는 매년 변화를 시도했고, 올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네돌을 맞은 전주영화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 것이다.전주=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