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5]

<매트릭스>의 성공 비결

<미녀삼총사>

그렇다면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은 홍콩 무술이 들어간 할리우드영화의 일반적인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 하나다. 무술감독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랜드 마스터’를 신뢰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영상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설마? 주윤발은 리안과 원화평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리안은 쿵후장면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원화평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두 사람은 다퉜다. 원화평은 리안의 아이디어가 실현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화평이 고안한 장면을 들은 리안은 마찬가지로 거부했다. 이건 자신의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수 없음을 알게 된 리안은 타협을 했다. 마침내 원화평에게 당신의 방식으로 가자고 말한 것이다.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낸 것은 원화평의 몫이다. 즉 리안이 위대한 무술영화 감독이 된 것이 아니라, 위대한 무술감독과 위대한 액션영화를 함께 만든 것이다.” 홍콩의 무술감독들은 <와호장룡>의 액션은 이미 오래 전에 홍콩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많은 제작비와 기술의 발전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성공으로, 홍콩 액션은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주입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단순한 조합에 불과하다. 여전히 할리우드는 자신의 방식으로 홍콩 액션을 소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을 깰 수만 있다면, 즉 기본에 충실하면서 홍콩 스타일 안무를 하면 더욱 뛰어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매트릭스>는 단지 돌연변이가 아니라,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 창조자로 추앙받지 않을까?

보험을 받아주지 않는다

홍콩 무술스탭들의 현실

홍콩 무술스탭들은 보험을 들지 못한다. 다치는 일이 너무 많아 보험회사가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액션프로듀서를 맡은 레이먼드 펑은 “홍콩 스턴트맨들은 부산 광안리의 30m 높이의 절벽에서도 뛰어내릴 수 있다”면서 그처럼 위험한 장면도 “그날그날 교섭에 따라 스턴트가 가능한지 여부와 적당한 일당을 정한다”고 전했다. 위험도가 낮은 일반액션의 경우 스턴트맨이 받는 액수는 1400홍콩달러(22만원 정도)지만, 특수액션은 뛰어내리는 건물 높이가 10m인지 30m인지, 협상하는 무술감독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레이먼드 펑은 광안리에서 낙하한 스턴트맨은 1만홍콩달러(16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이처럼 힘들고 고된 직업이지만 무술스탭이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짐작보다 많은 편이다. <매트릭스> 이후 해외에서 들어오는 일감이 많아진데다 본토 무술학교 졸업생들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을 비롯한 무술스탭들은 주로 베이징오페라학교 출신들이었다. 오페라를 하기 위해선 춤과 노래, 무술을 두루 익혀야 하고 어린아이들은 가혹한 훈련을 거쳐야 졸업할 수 있다. 홍금보와 성룡이 그 대표적인 경우. 이들이 꾸린 팀은 지금도 ‘홍금보팀’, ‘성룡팀’이라고 불리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본토 무술학교 출신들이 새로운 무술스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정통무술을 익혔지만, 남에게 선보이는 시연을 염두에 둔 무술이라 스타일이 화려하고 동작이 다양하다.

스턴트맨이나 와이어 담당 등을 거친 젊은이들은 대부분 무술감독을 꿈꾼다. 인력이 풍부한 홍콩의 감독들은 단순한 액션장면을 촬영할 때는 아예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리 통보하는 것은 시나리오와 장소 정도. 홍콩은 길이 좁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에, 무술감독들은 장소에 맞춰 시나리오를 고쳐가면서 촬영을 진행한다. 그러나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다. 감독이 스턴트맨 대신 배우 쓰기를 고집한다면 설사 액션이 불가능한 배우일지라도 될 때까지 훈련과 촬영을 거듭해야 한다. 양자경처럼 운동신경이 뛰어난 배우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연걸처럼 그 자신이 쿵후를 익힌 배우라면 스스로 자신의 액션을 안무하기도 한다.

레이먼드 펑은 홍콩 무술스탭들은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마음 내키는 대로 이미 일을 마치고 돌아간 무술감독을 현장으로 불러들일 만큼, 경력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홍콩영화가 침체에 빠진 요즘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연을 맺지 못하면 일감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홍콩 무술스탭들이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은 그들이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외국 스턴트맨들이 그들처럼 민첩하고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 한번 다진 인연을 끝까지 끌고가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은 끊임없이 일자리를 물려주며 수십년 쌓아온 쿵후를 계속할 것이다.김현정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