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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 배우들 인터뷰 [2]
박은영 2003-05-02

1편보다 액션 분량이 많아지고 난이도도 높아진 것 같던데.

캐리 앤 | 물론이다. 거의 2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 특히 키아누가 힘들었다. 네오의 결투신이 너무 많았다.

키아누 | 액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대사도 많아지고 심오해졌다. 특히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대사와 아이디어가 매우 섬세하고 또 견고하다.

로렌스 | 일단 대사를 시작하면 5∼6분씩 지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두편을 동시에 제작하는 동안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조엘 실버 | (잠시 고민) 영화를 끝내는 것이었다. (일동 폭소, 동조) 270일 동안의 촬영은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물론 <프렌즈> 같은 TV시리즈의 경우는 이보다 오래 촬영하기도 한다. 그런 때에도 몰아 찍고, 쉬고, 다시 찍고, 쉬고를 반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우린 270일 동안을 쉬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촬영했다. 매우 복잡한 시각효과 단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만 했다. 우린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했다. 대화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액션은 고도의 테크놀로지에 의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뉴스위크>의 커버로 나온 그 장면(네오가 하늘을 날고 있는 사진)의 배경과 속도감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날아야 하는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있지만, 순수 촬영으로 완성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만들어내야만 했다. 전에 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는 그런 영상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 숙제였다.

그간 ‘불릿 타임’ 등 <매트릭스>의 특수효과를 카피하는 영화가 많았다.

조엘 실버 | 처음 한두편, 흉내낸 영화가 나왔을 때, 애들(the boys-워쇼스키 형제)은 “고것 참 귀엽네, 재밌네”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모든 액션영화가 <매트릭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그런 카피를 ‘애교’로 봐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게 바로, 길게, 비싸게 찍는 것이었다. 그걸 용인해줄 스튜디오는 아마 없을 거다. 그러니 이번엔 손쉽게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키아누 | 앞으로 당분간은.

로렌스 | 앞으로 한동안은.

조엘 실버 | 물론 언젠가 테크놀로지의 비밀이 밝혀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인조 인간’(synthetic humans: 배우의 액션 소스로 만든 디지털 이미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연기를 실행한다)의 개념은, 우리 이전엔 어떤 누구도 상상하거나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우린 그걸 해냈다.

그 이미지와 실재를 구분할 수 있나.

조엘 실버 | (단호하게) 노!

제이다 | (작은 목소리로) 와우. 소름 끼치는데.

조엘 실버 | 키아누가 잘 알 거다. 캡처를 통해 모션과 이모션을 기록해놓아야 했는데, 키아누는 자신의 연기가 조작된다는 것을 썩 유쾌해하지 않았지만, 감독들을 믿기 때문에 순순히 협조한 것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든 걸 가능케 한다’는 믿음 말이다. 비난하려는 건 아니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자자 뱅크스만 해도, 그것이 CGI 캐릭터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진짜처럼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게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아니다. 관객이 CGI 캐릭터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다면, 그건 실패한 거다. 재미난 대구는, 이 영화 자체가 가상세계(computer generated world)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처럼 보이고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키아누, 당신은 2편과 3편에서 좀더 자발적인 영웅으로 발전하나.

키아누 | 네오는 여전히 마지못해 나서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전보다 자발적이긴 하다. 예언을 받아들이면서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도 명쾌하진 않다. ‘왜’ 그리고 ‘어떻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고, 여전히 탐구하는 중이다. 자신이 ‘더 원’이라는 자각은 갖고 있지만 말이다.

3편에서도 그런가.

키아누 | 그게 스토리의 한 요소니까. 네오는 물리적이고 내면적인 여행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되고 그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 한다. 매트릭스, 예언, 메시아, 연인에 대해서 말이다.

네오의 어떤 면이 흥미로운가. <스타워즈>의 스카이워커와도 비견되곤 하는데.

키아누 | 워쇼스키 형제의 시나리오는 정말 탁월하다. 가상세계와 실재 사이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변화해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1편에선 선글라스 너머, 네오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을 거다. 2편과 3편에선, 특히 시온에서의 네오를 통해선, 그의 감정들, 공포와 혼돈 등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캐릭터 내부의, 그런 다이내믹한 변화들이 좋았다.

네오가 ‘더 원’의 숙명을 받아들인 것이 실재 세계에서의 네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키아누 | 어떤 영향을 끼쳤더라…아… 잠을 잘 못 잔다. (일동 폭소)

워낙 특수효과가 많은 영화라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영화에 대한 감이 잘 안 올 것 같다.

캐리 앤 | 그건 그렇지가 않다. 전혀.

로렌스 | 세트, 카메라, 엑스트라…. 우리 현장에도 있을 건 다 있다. 비현실적인 파이트 액션 촬영도 우리가 한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도 감독들은 우리가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상세한 비전을 준다.

제이다 | 특수촬영의 경우 눈길을 줘야 하는, 특정한 지점이 있다. X표시나 테니스볼을 보고 연기하곤 하는데, 상대역이 세트에 와서 대사를 쳐주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함께 연기하니까. 그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우린 테니스볼과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일동 폭소) 그린 스크린과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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