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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돈벼락 맞다,찰리 채플린 감독의 <황금광 시대>

Gold Rush, 1925년감독 찰리 채플린 | 찰리 채플린 EBS 6월1일(일) 낮 2시

튀는 영화가 한편 있었다. 조니 뎁 주연의 <베니와 준>(1993)이라는 영화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여성, 그리고 모자란 듯 보이지만 코미디언으로서 재능을 지닌 남자의 사랑 이야기였다. 여기서 조니 뎁은 포크와 빵을 사용해 기발한 연기를 보여줬다. 빵이 사람의 발이고 포크가 다리인 듯 춤추게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오리지널이 따로 있다.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에서 빌려온 것이다. <황금광 시대>는 다양한 영화들이 이 작품을 인용했던 적 있다. ‘빵과 포크의 춤’만큼 유명한 것은 굶주린 채플린이 동료와 함께 구두를 통째로 삶아먹는 것. 구두끈을 스파게티 먹듯 돌돌 말아먹는 장면 역시 여러 코미디영화가 패러디했다. <황금광 시대>는 채플린 최고작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에게 상업적 성공과 ‘슬랩스틱’코미디의 일인자로 기억되게끔 만든 영화다.

금광을 찾아 알래스카에 온 찰리는 맥케이를 만난다. 그는 한 오두막 근처에서 금광을 찾았다고 한다. 산속에 갇힌 찰리 등은 배가 고파 구두를 삶아먹으면서 허기를 달랜다. 마을에 도착한 찰리는 조지아라는 무희를 만나 순간 사랑을 느낀다. 조지아는 추근거리는 남자를 따돌리기 위해 찰리와 춤을 추고,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눈치챈다. 한편, 머리를 얻어맞고 기억을 잃은 맥케이는 어디서 금을 발견했는지 까맣게 잊는다. 찰리와 오두막 근처로 돌아간 그는 백만장자가 된다.

<황금광 시대>는 1925년작으로 무성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이후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한 뒤 채플린은 자신이 직접 내레이션을 녹음해 영화를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원형을 훼손하진 않은 듯하다. 채플린의 영화는 자막이나 사운드가 있건 없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슬랩스틱코미디, 다시 말해 몸동작을 응용하는 코미디에 의존하는 탓도 있겠고 관객을 이해시키기 쉬운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주연, 감독을 겸한 채플린은 영화적 표현방식에 이미 일정 노하우를 습득한 것 같다. 교차편집을 응용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 다양한 촬영 사이즈로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 것 등 <황금광 시대>는 채플린이 무성영화 시대 최고 스타가 된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음을 일러준다.

<황금광 시대>는 세트 촬영장면이 눈에 띈다. 오두막이 벼랑 끝에 아슬하게 걸리자 채플린은 집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해프닝을 벌인다. 이 장면은 세트와 미니어처, 그리고 편집술 덕에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영화는 전형적인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진심’을 간직한 떠돌이와 인생을 즐기는 무희는 사랑에 성공한다. 이같은 구도는 채플린의 이후 영화들, 즉 사랑과 물질적 필요, 그리고 기상천외한 운명성이라는 모티브 사이의 아름다운 조화를 앞서 보여주는 것이다. 채플린 영화 시리즈 중 첫 번째 방영작.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