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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1]
황혜림 2003-05-30

글쎄 우리가 애니세상을 뒤집었대요!

<니모를 찾아서> 개봉앞둔 판타지 주식회사, 픽사 스토리

수천만, 수억의 디지털 화소로 당신의 기억 속에 잠자던 꿈을 살려내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의리에 죽고사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 아시죠? 모험심 강한 일개미 플릭과 그의 곤충 친구들, 그리고 정 많은 몬스터 설리와 수다쟁이 외눈박이 마이크도요. 최근 드넓은 바다를 헤매며 ‘아들 찾아 3만리’를 감행한 흰동가리 아빠 말린과 아들 니모의 모험담 <니모를 찾아서>는 5월 마지막주 개봉대기 중이랍니다. 모두 픽사의 가족들이죠. 어느새 이렇게 늘었냐고요? <니모를 찾아서>가 벌써 다섯 번째 장편인걸요. 픽사도 어느덧 17살입니다.

거의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선물처럼 찾아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픽사라는 이름을 함께 품은 작품들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95년 픽사의 첫 장편이자 최초의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가 3D 컴퓨터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3D 컴퓨터애니메이션은 더이상 미지의 신천지가 아니라 셀이나 인형애니메이션처럼 애니메이션의 기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로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의 닻을 올린 픽사는,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에 이르기까지 첨단 컴퓨터그래픽 테크놀로지로 빚어낼 수 있는 이미지의 장관과 함께 풍부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과시하면서 여전히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까지 개봉된 4편의 픽사표 장편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약 17억달러.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의 파트너로서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해온 것만 같은 픽사, 그 꿈의 스튜디오는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아온 것일까.

픽사 스토리, 그 미미한(?) 시작

픽사의 기원은, 알려져 있다시피 조지 루카스의 영화사 루카스필름의 컴퓨터그래픽 전담 부서로 거슬러올라간다. 1979년 루카스필름은 ‘뉴욕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의 컴퓨터그래픽 실험실 이사였던 에드윈 E. 캣멀 박사를 영입해 특수효과를 위한 첨단 컴퓨터 기술의 개발을 맡겼다. 캣멀 박사가 이끄는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그래픽 부서는 이내 <스타트랙2>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컴퓨터애니메이션 시퀀스의 알려졌고, 디즈니의 애니메이터였던 존 래세터는 캣멀의 초청으로 1983년 루카스필름을 방문했다. 캣멀 팀의 작업을 보며 컴퓨터애니메이션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래세터는 이듬해 1개월 동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루카스필름에 합류했지만, 다시 디즈니로 돌아가지 않았다. 래세터가 <영 셜록 홈즈>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기사를 디자인하고, 자신의 첫 컴퓨터 3D 단편애니메이션 <앙드레와 월리 B.의 모험>을 선보인 것도 이곳에서다.

숲속에서 낮잠을 자다 깨어난 앙드레가 침을 쏘려고 벼르는 벌 월리를 피하기 위해 잔꾀를 부린다는 내용의 <앙드레와…>는, 기하학적인 도형 수준인 초기 3D 캐릭터의 딱딱한 질감의 한계를 넘지 못한 초기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애플의 공동창립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일찌감치 이들 팀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매킨토시의 성공 이후 대주주들에게 밀려났던 잡스는, 1986년 1천만달러에 루카스필름의 컴퓨터그래픽 부서를 인수해 독립시켰다. 캣멀을 필두로 애니메이터 존 래세터,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윌리엄 리브스 등 당시의 인력 규모는 약 44명. ‘화소(Pixel)+예술(Art)’, 곧 픽사(Pixar)라는 이름을 단 스튜디오는, 성급한 모험이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하고 3차원 컴퓨터애니메이션이라는 낯선 대륙으로 향하는 미미하고 불안한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픽사는 첫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깡충거리는 전기 스탠드를 우리의 로고로 삼게 된 것은 이 영화 때문이죠.” <토이 스토리2>와 함께 상영된 바 있는 <럭소 주니어>는, 상영 전에 뜨는 자막대로 훗날 픽사의 로고를 낳은 상징적인 작품이다. 럭소 주니어는 3D 모델에 적합한 캐릭터를 고심하던 래세터가 책상 위의 스탠드에서 착안한 주인공. 전등갓이 머리, 전구가 얼굴 또는 눈인 양 의인화된 ‘아이’ 럭소 주니어가 통통 뛰어다니고, 이리저리 공을 굴리며 노는 동안 그를 바라보는 ‘부모’ 럭소의 이야기는, 스탠드 몸체의 마디를 구부렸다가 폈다가 하는, 단순하면서도 캐릭터를 잘 살린 애니메이션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제한된 기술력을 거뜬히 넘어서는 웃음을 선사한다. <룩소 주니어>는 픽사의 첫 단편이자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남았고, 픽사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경쾌하게 알리는 로고 필름의 캐릭터가 됐다.

럭소 주니어만이 아니다. 인간인 피에로 대신 양쪽 페달로 공 던지기 쇼를 선보이고 갈채를 받는 환상에 빠지는 <레드의 꿈>(1987)의 외발자전거 레드,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우는 아기를 달래주는 장난감의 본분을 다하려는 <틴 토이>(1988)의 북치는 양철 병정 티니, 늘씬한 비키니 걸 모양의 기념품에 반해 플라스틱 장식품에서 뛰쳐나오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장식품>(1989)의 스노맨 등 픽사의 단편들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제작진의 마술 같은 손길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조명과 음영 처리에서 일진보한 기술을 보여주는 <레드의 꿈>이나 물체가 아닌 유기적인 존재, 팔과 다리를 굽힐 줄 알며 울고 웃는 표정을 담는 아기를 표현해낸 <틴 토이>의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나간 것이, 결국 픽사를 장편의 꿈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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