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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4 - 마케팅의 전문화 [1]

마케팅 디렉터를 육성하라

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 4편- 급증 마케팅 비용 누수 현황과 대안

2001년부터 마케팅비는 2억∼3억원대에서 두 자리수로 급상승해서 지금은 순수 제작비의 절반을 쉽게 넘나든다. 10억원이 넘는 돈의 쓰임새를 따지고 그것을 관리하는 시스템과 사람이 얼마나 유능한가를 짚는 것은 영화산업 전체를 끌어올리는 데 핵심 사안이다. 데이터에 바탕을 둔 시스템 재정비, 유능한 마케팅디렉터의 양성이 한국영화 마케팅 발전의 핵심 사인임을 제안하고자 한다. - 편집자

01. 마케팅비 급상승

“2001년 <신라의 달밤> 이후 단위가 달라지는 것을 실감했다.”(조윤미 좋은영화 실장) 한국 영화계에서 마케팅비 상승 곡선이 얼마나 가파른지에 대한 현장의 경험담이다. 각종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서 볼 때 2003년 현재 일반적인 상업영화 한편의 순수 제작비는 25억원, 마케팅비는 순제작비의 40∼50% 수준인 12억∼14억원선이며 60∼70%까지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마케팅비가 이처럼 급상승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멀티플렉스 시대에 상응하는 광역 개봉(wide release) 전략, 그리고 광고 매체의 종류와 숫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와이드 릴리즈 전략은 부대비용을 늘리고 단기승부를 격화시킨다. “스크린 수가 200개라면 프린트 또한 200벌, 예고편은 300∼400벌을 뜬다는 뜻이다. 영화라는 상품은 추이를 봐가며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60% 이상을 개봉 보름 전에 쏟아붓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면 마케터를 초조하게 만든다. 소비자에게 첫 번째로 간택되려고 마케팅 비용을 늘린다.”(최준용 시네마서비스 이사)

이런 현상은 영화산업이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이후의 할리우드 마케팅에 대한 묘사는 마치 지금의 한국 영화계를 눈앞에 보면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텍스트

“전국적으로 시장을 포화시키는 상영방식에서는 첫 번째로 선택한 영화가 아니면 모두 실패한다. ‘흥행이냐 실패냐’가 개봉 뒤 사흘 만에 결정이 나는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마케팅이란 그 운명의 개봉일에 관객을 동원하기 위한 지난하고 값비싼 노력이다. 고도로 위험한 사업인 것이다. 개봉날짜를 향해 가는 모습은 열차가 점차 속도가 붙으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것과 비슷하다.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미 비용은 모두 소진된 것이다.”(로버트 프리드먼, 영화 마케팅이란? <할리우드의 영화산업>, 길)

광고 매체가 다양화한 것도 마케팅비를 상승시킨 또 다른 핵심 요인이다. 최근 사례에 따르면 광고 매체는 무려 40여종에 이른다. 여기서 각종 스포츠지, 일간지는 ‘신문’이라는 하나의 종류로 묶은 것이다! 대항목으로 볼 때 극장, 영상, 인쇄 매체와 같은 전통적인 광고 매체 외에도 각종 옥외 광고와 온라인 매체가 새롭게 부상한 것을 알 수 있다.(<YMCA야구단> 마케팅 결과 정리 보고서, 명필름 제공)

02. 관리 시스템 - 홍보와 광고의 불균형

그렇다면 이같은 비용 지출과 업무 관리는 체계적인가.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제작사인 명필름, 싸이더스, 튜브픽처스, 전문 대행사인 데이브 픽처스의 도움을 받아 이미 집행되었거나 실행을 앞두고 있는 마케팅 관련 자료를 모아서 대조해보았는데, 관리 시스템과 집행 내역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영화의 마케팅이 매뉴얼 표준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 표준화된 매뉴얼은 업무의 분업화를 촉진시키고 회사나 개인의 역량 차이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만한 업무 안정성을 가져다준다.

도전 과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선진 기법이 누구나 다 하는 평균적인 기법이 되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마케팅 비용의 상승은 “이미 너무 심각한 수준”(최준용 시네마서비스 이사)이다.

현재 충무로 마케팅의 중요한 업무 특징 가운데 하나는 홍보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은 현장에서 흔히 ‘P&A’라고 부른다. 홍보(promotion)와 광고(advertisement)가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자가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언론과 소비자에게 작품을 노출하는 업무라면 후자는 돈으로 매체를 구매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45개 정도의 아이템으로 매체별 컨택하여 30여개 아이템이 기사로 노출되었다”( 마케팅 결과 정리 보고서)는 평가문에서 보듯이 홍보에 관해서는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돈과 직결되는 광고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수준”에 가까워서 광고 대행사가 배정하는 구매 규모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03. 마케팅 비용 구성 - 사이즈 강박증

현재 마케팅 비용은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배급 비용이다. 이는 각 극장에 내걸 프린트를 만드는 비용이 마케팅비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에 따른 것으로, 프린트 한벌당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해서 200만원 정도가 드는데 150벌을 기준으로 하면 이것만으로도 3억원에 족히 이른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줄어들기보다는 좀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스크린 수 많으면 잘되는 것처럼 포장하는 분위기 때문에 쓸데없는 날개극장까지 펼쳐 프린트값도 안 나올 때가 있다. 극장 수에 연연하지 않고 제한해야 한다”(김미희 좋은영화 대표)는 공세적인 제안도 있다.

배급과 관련해서 참으로 원시적인 항목이 하나 버젓이 남아 있는데 바로 ‘입회비’다. 박스오피스를 확인하기 위해서 전국 극장에 사람을 내보내는 비용인데, 지난해 개봉해서 장기 흥행했던 어떤 영화의 경우 입회비가 무려 1억6400만원이 들었다. 영화인들이 통합전산망을 목놓아 기다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 항목은 인건비다. “인건비 비중이 높지 않고 노동에 비해 아직도 제자리걸음”(조윤미)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충무로 마케터들의 경우 어마어마한 노동량과 크리에이티브를 요구받지만 월급은 “사람의 기를 꺾는” 선이다.

세 번째는 광고 매체비로서 전체 마케팅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표 참조), 영화인들의 문제의식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의 핵심은 광고 매체를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점, 인쇄 매체의 광고비를 지나치게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회의적이다. “신문 광고는 인지 광고다. 광고비를 늘린다고 해서 관객이 늘지 않는다.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 하는 것이고 그것도 매체조사없이 경험치로 한다”(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광고 전략도 개봉 2주 전에 컬러 몇단 광고 치기 등 의례적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관객 조사를 하지만 막판에 불안해지면 광고에 의존한다”(석동준 CJ엔터테인먼트 부장), “커다랗게 광고난 거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관객이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뿐이다”(조준형 영화인회의 정책실장), “매체별 데이터를 가지고 광고 단가를 차별화하고 나아가 작품에 맞는 매체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김미희), “제작비나 배우 러닝개런티에 민감한 것에 비해 P&A 비용 1억∼2억원 올라가는 것에 대해 너그럽다. 1억원 더 썼을 때 타깃 관객층에 어떻게 도달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한 채 감으로 지른다. 광고 업계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최준용), “광고비는 후하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처럼 큰 광고가 없다. 사이즈를 줄이고 제목, 극장, 시간표 등 정보만 알려주는 광고를 해보고 싶은데 흥행이 실패하면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이것만 해낼 수 있으면 매체비 5억원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듯하다. 한국 영화산업을 위해서는 총제를 줄이는 게 정답이다. 관객이 100만 들어도 손해, 300∼400만 들어야 잘됐다고 하는 게 우리나라 시장 규모상 가능한 이야기인가”(채윤희) 등 같은 이야기를 끝없이 들을 수 있다.

이런 형편이니 “제작비 합리화를 위해서 핵심적인 것은 마케팅이다. 특히 지금의 신문광고는 미친 짓이다. 조밀 사이즈로 줄 세우는 수준으로만 하고 다양하고 활성화된 매체를 이용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베팅해서 남 죽이고 출혈경쟁하는 대신 이 부분을 잘 해결해나가면 배우 개런티도 조정할 수 있을 것”(영화배우 문성근)이라는 뼈아픈 말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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