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중국, 배급 독점 깨진다
김현정 2003-06-16

외화상영 통제 완화, 사스공포 감소로 극장가도 활기

중국 영화시장을 덮고 있던 ‘죽의 장막’이 조금씩 틈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새로운 배급회사인 화하전영공사가 6월20일에 창립된다고 발표함으로써, 2년 전 외국영화 수입과 상영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지금까지 중국에선 중국전영공사가 영화배급을 독점해왔다.중국의 옛 명칭에서 이름을 따온 화하전영공사는 전 중국영화국 장관 리우지엔종이 대표로 취임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다른 영화 관련 회사 간부들이 영입되면서 현재는 결과가 불투명해진 상태.

화하전영공사는 7월부터 B급영화 몇편을 시험삼아 배급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수입을 허가하는 외국영화는 1년에 모두 20편. 화하전영공사는 중국전영공사와 각각 절반씩 외화를 나누어 배급하며, 중국영화 배급은 1년 동안의 실적을 평가해서 배당받게 된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은 새로운 배급망의 등장을 환영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가 좌우하는 중국전영공사와 차이나 미디어 그룹이 화하전영공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차이나 미디어 그룹이 소유한 지분은 단일 회사로는 가장 높은 수치인 20%. 거기에 애초 2년 전에 창립됐어야 할 화하전영공사가 중국전영공사 및 지방전영공사들 사이의 이권 다툼 때문에 창립 일정이 밀렸다는 전적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어느 미국 영화관계자는 “일단 경영을 시작하면, 정치적이고 관료적인 질서도 그 활동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3년 말까지 디지털 스크린 수를 100개까지 늘릴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상영될 외국영화의 쿼터 제한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스때문에 문을 닫았던 극장들은 이번주부터 할리우드 화제작을 연이어 상영한다.

TV와 영화제작 분야도 이전보다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있다. 파룬궁에 대한 보도 때문에 제재 조치를 받기 전, 영국 방송사 <BBC>는 <텔레토비>를 방영해 큰 성공을 거뒀고,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스타 그룹은 광둥지역에서 엔터테인먼트 채널권을 확보했다. 공동제작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과 존 달의 <그레이트 레이드>가 지난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촬영을 했고, 올해 1월부터는 마이클 윈터보텀이 홍콩과 상하이에서 < 코드46 > 촬영을 시작했다. 이안 소프틀리의 <상하이>도 제작준비가 되는 대로 상하이를 찾을 예정. 이 영화들의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중국 최대 규모의 수출작이었던 장이모의 <영웅> 미국 배급을 맡으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움직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사스 확산이 주춤해지면서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극장가의 기지개다. 7주 동안 문을 닫았던 베이징 극장들은 이번주부터 할리우드 화제작을 연이어 상영한다. 6월20일 <데어데블>을 시작으로, 27일에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 7월18일엔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상영되는 것. 중국에 기반을 둔 홍콩 영화제작사 만다린엔터테인먼트 역시 다국적의 아시아 배우들을 캐스팅한 코미디영화 <잃어버린 수평선>을 비롯해 그동안 미뤄둔 10편의 영화제작 일정을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다린엔터테인먼트는 사스에 관한 세편짜리 옴니버스영화를 제작, 영화계뿐 아니라 홍콩 경제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던 사스의 기억을 털어버리겠다고도 밝혔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