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해결사로 인정받는 조나단(스티븐 시걸). 프랑스의 한 의뢰인에게 중요한 물건을 안전하게 전달해달라는 마르케의 부탁을 받아들인 그는 조직의 일원인 드느와(맥스 라이언)와 함께 그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저택을 방문하지만 괴한들로부터 총격 세례를 받는다. 총격전 끝에 물건을 손에 넣은 조나단은 프랑스로 건너가지만 이내 그 물건을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다툼에 휘말린다. 문제의 물건이 미스터리로 남은 16년 전 비행기 폭파사건의 전모를 담은 블랙박스임을 알게 된 조나단은 급기야 범인 색출에 나선다.
■ Review<포리너>는 스티븐 시걸만의 1인극이다. 대형항공 폭파사건의 전모를 담은 블랙박스를 둘러싸고 얽히는 음모와 배신의 교차로를 시걸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정리한다. 전반부의 능선을 넘으면서도 “왜 시걸이 위험에 뛰어드는지”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 동안 보는 이들은 모두 무기력한 ‘포리너’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지닌 설정의 약점. 첩보조직 ‘포리너’의 비밀요원이었던 시걸이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털어놓는 후반부까지 관객은 커다란 박스 뒤에 몸을 숨기고서 겨누지도 않고 상대의 가슴에 탄환을 명중시키는 시걸의 총질에 감탄해야 하는 고역을 짊어져야 한다.
흥미로운 건 나이 오십이 넘은 뒤로 스티븐 시걸이 좀처럼 ‘몸’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작 <하프 패스트 데드>에서와 마찬가지로 <포리너> 또한 시걸의 가라테 솜씨를 맛보기엔 충분치 않은 액션영화다. “한번의 손놀림으로 상대의 목숨을 제압할 수 있는 살인비기를 선보였다”는 홍보 문구는 그래선지 입발린 ‘해몽’처럼 들린다.
시걸의 독야청청, 나 홀로 액션이 모든 갈등을 하나씩 잠재우는 동안 불쌍한 건 조역들이다. 특히 드느와는 끝까지 살아남아 조나단을 위협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그는 매번 등장할 때마다 시걸의 짧은 손놀림에 얼굴이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맞는다. 성가신 날파리를 잡는 듯한 시걸의 액션을 감독이 슬로모션으로 예찬하는 동안 이 영화는 종종 의도하지 않은 희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5개국을 돌며 촬영했다지만 자막 처리와 대사를 통해 알리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만큼 스케일은 작고 부실하다.
제작비 2천만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영어권 국가에선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모두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했다. <포리너>에 이어 감독인 마이클 오블로위츠와 시걸이 또 한번 손잡은 영화 <아웃 포 어 킬>(Out for a kill)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