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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단편영화]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 <한여름 밤의 꿈>
권은주 2003-09-04

그녀의 연애경험

중년인 이효종씨가 정말 따분한 표정으로 장을 본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와서는 쉴 틈도 없이 쌀을 씻고, 도라지를 다듬고, 전을 부친다. 옆에서 시어머니는 하나도 거들지 않으며, 잔소리만 퍼부어댄다. 다른 가족들은 이효종씨에게 아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너무도 평범한 가정의 일상풍경이지만, 참 가슴시린 정경이다. 정희성 감독의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16mm/ 2003년)는 이렇게 한끼 식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처참히 그려낸다. 그리고 기묘한 반전을 통해 주제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나이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남자에게 매달리는 역할을 맡은 연극배우 현영은 연출가에게 연애도 해본 적이 없냐고 핀잔을 듣는다. 그녀에겐 정말 연애의 경험이 없을까? 그런 어느 날 방송사 카메라가 갑자기 현영의 집을 찾아온다. 스타가 초등학교 때의 옛 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영은 그 친구를 기억하지 못한다. 졸업앨범까지 찾아가며 간신히 기억을 떠올리고 방송에 나간다. 유동식 감독의 <한여름 밤의 꿈>(16mm/ 2003년)은 꿈처럼 지나간 어떤 기억이 허탈함도 안겨주지만, 삶에 기운을 불어넣기도 한다는 걸 보여준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