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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냐, 사고냐
김현정 2003-09-22

마리 트랭티냥의 사인 두고 논쟁 벌어져

프랑스 문화계의 엘리트들이 7월29일 사망한 프랑스 여배우 마리 트랭티냥의 사인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뽀네뜨>에 출연하기도 했던 마리 트랭티냥은 <남과 여>의 배우 장 루이 트랭티냥의 딸이자 광범한 사랑을 받았던 여배우. 그녀는 TV시리즈 <콜레트> 촬영을 위해 머물렀던 리투아니아에서 남자친구에게 얻어맞아 뇌출혈로 사망했다.

문제는 그 남자친구가 인기 록밴드 누아르 데지스의 보컬이면서, 세계화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던 베르트랑 캉타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음악계는 캉타를, 영화계는 트랭티냥에게 동정을 보내고 있는 실정. 캉타의 친지와 친구, 팬들은 “캉타는 트랭티냥을 향한 지나친 사랑 때문에 희생자가 됐을 뿐”이라면서, 트랭티냥이 죽은 지방 한 카페에 모여 그녀의 영화를 틀면서 추모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들은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헌신적이었던 활동가가 고의적인 폭력을 휘둘렀다는 말은 믿기 힘들다. 그는 사랑에 빠진, 무력한 희생자”라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트랭티냥쪽 입장은 단호하다. 아버지 장 루이는 “이 사건을 로맨틱하게 위장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인 사건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트랭티냥 가족의 변호사 역시 “이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캉타쪽 측근들을 비난했다. 트랭티냥의 가족들은 5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그녀의 상처 사진까지 공개할 것을 고려 중이다. 캉타가 트랭티냥을 사고로 잘못 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도 이 사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트랭티냥과 캉타가 모두 명사인데다가 한달 평균 여섯명에 달하는 프랑스 여인들이 애인이나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있기 때문. 최근에는 캉타가 트랭티냥의 전 남자친구들을 질투했으며, <콜레트> 제작진이 보는 가운데 거친 언행을 일삼으면서 과거 애인들을 다시 만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캉타가 트랭티냥이 혼수상태에 빠지고서도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구급차를 불렀다는 사실 역시 불리한 증거. 현재 리투아니아에 수감돼 있는 캉타는 프랑스로 이송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재판 역시 리투아니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