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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환골탈태?
김혜리 2003-09-29

실무팀에 많은 결정권, 작가와 블록버스터 결합시키는 시도 계속될 전망

AOL타임워너 그룹이 지난 9월18일 열린 이사회에서, ‘AOL’(아메리칸 온라인)을 회사 이름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AOL타임워너’라는 회사명은 2001년 1월 이루어진 아메리칸 온라인과 타임워너의 1600억달러 규모 합병으로 탄생한 이름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AOL의 조너선 밀러 사장이 지난 8월 “우리 브랜드를 돌려받을 때가 됐다”며 AOL타임워너 리처드 파슨즈 대표에게 제안한 데 이어 결행된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아메리칸 온라인이 모뎀 서비스의 인기와 닷컴 붐이 가라앉음에 따라 75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로 그룹에 편두통을 안겨주자, 합병을 주도한 경영진 중 AOL 출신 인사가 다수 회사를 떠났고 이사회의 실권을 쥔 타임워너 출신의 이사들이 AOL의 이름을 떼내길 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개명은 표면적 변화일 뿐이지만 타임워너 내부의 역학관계와 경영전략 변화를 예고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워너의 영화제작 파트가 그룹의 주요 수익원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너: 리로디드’라는 제목으로 타임워너의 향후 진로를 내다본 <버라이어티>는, 변화의 열쇠를 쥔 인물로 지난해 9월 로렌조 디 보나벤투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워너 제작 파트의 책임자 제프 로비노프를 지목했다. 에이전트 출신으로 워너의 제작 총괄 부사장을 거쳐 전격 발탁된 로비노프는 사고가 유연하고 감독, 작가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알려진 인물. 취임 이후 20여명의 간부가 각기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했고 신인을 영입하고 예술영화 전담 자회사 워너 인디펜던트 픽처스를 출범시키는 일에 주력해왔다. 가장 보수적인 스튜디오의 하나로서, 이벤트 무비는 많지만 예술성은 약하다고 각인된 워너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것이 로비노프의 주요 목표다. 지난해 오스카에서 단 한개의 노미네이션을 그나마 드림웍스와 나눠 가진 수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다.

제프 로비노프의 전략은 거대 예산 영화를 다루는 방식에서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다. 유니버설이 <헐크>의 메가폰을 리안에게 맡긴 결정을 호평한 바 있는 로비노프는 <배트맨>과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에 블록버스터 경험이 없는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과 <이 투 마마>의 알폰소 쿠아론을 끌어들였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블록버스터에 예술성을 끌어들이는 시도로 기획됐고 조엘 실버의 호러 <코티카>에는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을 영입했다. 명망 높은 감독들, <오션스 일레븐>의 테드 그리핀, <트래픽>의 스티브 개건 같은 미더운 작가와의 계약 체결도 추진 중이다.

제프 로비노프의 전략은 다분히 도박이다. 예산이 큰 영화들인 만큼 실패할 경우 자기 자리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러나 현재로서는 로비노프의 노선이 그룹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는, 워너엔터테인먼트 사장 앨런 혼과 배리 마이어의 상급자인 AOL엔터테인먼트&네트워크의 제프 뷰크스가 프랜차이즈 속편이 실망을 안긴 올 여름 이후 모험적인 기획에 부쩍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프 뷰크스는, 안전주의 대신 과감한 제작과 편성으로 <HBO>를 최고의 유료 채널로 키운 전력을 지닌 인사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