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봄바람난 아나운서,스포츠 전문채널 MBC ESPN의 아나운서 김수한
권은주 2003-10-01

진짜 스타는 따로 있다. 스포츠 전문채널 MBC ESPN의 아나운서 김수한이 바로 그런 경우다. <불어라 봄바람>의 초반부, 실제 자신의 직업인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던 그는 촬영장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수한이 김승우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면을 찍던 그날, 현장은 유독 야릇한 긴장이 감돌았다고 회자된다. 어떤 스탭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눈을 반짝거렸으며, 또 어떤 이는 깨끗한 사인북을 준비하며 초조한 표정을 보여줬다. 막상 그녀가 나타나자 남자 스탭들은 수줍어하며 수군거렸고, 김승우는 수시로 그의 손을 붙잡고 “만나서 영광…” 운운했으며, 여러 스탭들은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채근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윤종신은 김수한의 육성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그녀의 인터뷰어 선정을 놓고 벌어졌던 <씨네21> 남성기자들간의 암투는 논외로 하자…).

김수한에게 열광하는 건 <불어라…> 스탭들만이 아니다. 3600여명의 카페회원과 그외 ‘침묵하는 다수’가 그의 확고한 지지층이다. 하지만 팬의 압도적 대다수가 남성이란 사실과 김수한이 매끈한 피부와 반짝이는 눈의 청초한 외모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절대적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수한이 이처럼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외모보다 프로그램 진행능력이다. 2001년 MBC ESPN에 입사한 이래 간판 프로그램인 <스포츠 센터> <유럽 축구 GOAL> 등을 진행해왔고, 지금 <스포츠 라인>을 이끌고 있는 그는 스포츠 소식을 정확하면서도 풍부하게 선보여왔다. 그에 대한 찬사의 핵심은 ‘남이 써준 대본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정말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 아는 것처럼 진행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베컴의 이적 소식을 전해도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베컴의 이적료가 얼마인데 역대 몇위이고, 이로 인해 스페인과 영국 축구리그의 지형도가 어떻게 바뀐다는 등 다양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전해준다. 거기에다 사안에 따라 흥분어린 말투나 실망감 섞인 분위기까지 적절하게 얹어내니 남성들이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니까 김수한은 ‘여성은 스포츠를 싫어하고 모른다’는 남성 일반의 편견을 시원하게 격파함으로써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하지만 김수한도 방송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스포츠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초등학교 시절부터 죽 아나운서를 꿈꿨”던 그는 호기심 반 어거지 반으로 스포츠 아나운서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뛰어들고 보니 흥미를 느끼게 됐다. 게다가 방송국에 구성작가가 없다보니 스스로 서적이나 인터넷, 전문가의 강의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스스로 대본을 만들어야 했기에 스포츠에 대한 지식은 갈수록 쌓여갔다. 물론 여기엔 ‘내가 확실히 아는 것만 씹어서 이야기한다’, ‘모르는 것은 알 때까지 알아낸다’는 그의 신조가 한몫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불어라 봄바람> 출연 또한 스포츠광으로 소문난 장항준 감독의 부인이 김수한의 활약상을 눈여겨본 덕에 이뤄진 것. 부인의 적극적인 추천은 아나운서 역 캐스팅에 대한 장 감독의 고민을 단번에 풀어줬다.

9월 하순부터 여자 월드컵대회의 중계를 맡아 본격 스포츠 캐스터로 발돋움하는 김수한은 “뭔가 다양한 일을 하는 게 좋기에 영화 출연 제의도 기회가 되면 또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글 문석·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