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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 살리려 원색 그대로를 담았다,<스캔들‥> 김병일 촬영감독 인터뷰
권은주 2003-10-01

촬영감독에게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어떤 도전이었나. 시대물에는 현대물과 달리 전통적인 색깔, 전통을 기반으로 영화의 의도대로 추구하는 색깔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현대물보다 예민하고 섬세해야 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초기 단계에서 감독과 합의한 촬영 스타일은. 이재용 감독은 필터나 부가적인 조작을 더하지 않고 단지 필름과 카메라, 한복과 기타 요소가 극히 원색적으로 표현되기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필터를 쓰지 않은 영화도 처음인데, 조씨 부인이 기왓장에 편지를 넣는 장면의 미드나잇 블루나 한양의 전경 숏에서 안개 효과를 내기 위해 쓴 필터가 고작이다. 보통은 인물을 곱게 잡기 위해 쓰는 아주 얇은 필터도 일절 피해서 한복이나 장식의 색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옐로가 강한 코닥 대신 그린이 강한 후지필름을 쓸 것까지 고려했는데 현상문제로 접었다.

프레임 안에 보여줘야 할 요소가 많은데도 1:2.33 비율 화면을 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슈퍼 35mm를 좋아하고 감독도 원했지만, <복수는 나의 것>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일본이나 우리의 스퀴즈 기술이 미흡해 데이터 손실이 많았다. 청명한 화면이 제1목표였으므로 찍어놓은 화면의 해상도가 막판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 결국 1:1.85 비율로 갔다.

한옥 세트 안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작업은 어땠나. 이재용 감독은 자신 성격 탓인지 찍어놓으면 정적인 영화가 되더라며, 화면에 동세를 계속 줬으면 했다. 사극이니 정좌해서 대화하는 장면이 많고 심지어 병풍 앞 정해진 방석에만 앉아야 하는 게 양반의 운명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움직임을 주려고 했다. 초반의 식사장면도 어렵게 준비한 값진 그릇을 보여주려고, 지미집이 안 들어가는 실내에 고블린 미니크레인을 넣어 위에서 이동하며 찍었는데 사극치고 도발적인 앵글이다. 후반 강화신에서는 의도적으로 와이드한 앵글로 툭 터진 느낌을 대비시켰다.

보여줘야 할 소품이 많은 점도 벅찼을 거다. 드라마를 살리려고 인물에 다가가면 디테일이 죽고, 미술을 담으면 앵글이 헐거워져서 고민스러웠다. 여전히 아쉽다. ‘깨지면 얼마’라고 붙은 소품이 많아 조심스러웠고 콩기름 먹인 방바닥도 쉽게 상처나는 터라 그립팀이 합판이며 담요를 갖고 카메라 길에 깔아가면서 수고했다.

색 보정 과정에 느낀 시대극의 어려움은 있다면. 일단 잡티나 흠이 노골적으로 표가 난다. 얼굴부터 남녀불문하고 모두 당겨묶은 머리이니 조명에 완전히 드러나 평소 안 보이던 흠이 보인다. 복식과 소품도 극히 정돈돼 있으니 잘못된 게 있으면 표가 난다. 색의 밸런스도 너무 화려하니까 보정이 어렵다. 로케이션이 많아 다른 장소,시간에 찍은 숏들을 단일한 톤으로 맞추는 것도 과제였다. 세트에서 “날씨 좋으니 뱃놀이 할까” 했는데, 진도에서 찍은 뱃놀이 장면 날씨는 흐리고 거기서 숙부인이 돌아가는 한옥마을 장면은 햇볕이 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