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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김지석 추천 10선
2003-10-01

“와이드앵글 부문 다큐멘터리를 주목하길”

“아시아 곳곳에서 초청해달라는 연락이 너무 밀려와 거절하느라 힘들었다.” 김지석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제작자와 감독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서 영화제의 위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애초 게스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본의 이시이 소고 감독의 경우, 자비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오구리 고헤이 감독도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다.

부산영화제의 위상이 여덟돌을 맞아 부쩍 성장했다는 것은 개막작 선정과 관련된 뒷 얘기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 <도플갱어>를 본 뒤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제작자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초청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신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도플갱어> 쪽은 이미 잡혀있던 산세바스찬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의 상영일정을 취소했다. 날로 권위가 높아져 가는 토론토 영화제를 거절했을 정도니 부산영화제의 지위가 상당히 격상된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는 올해 부산영화제에 초대된 아시아영화의 화두가 독립영화라고 설명한다. 거장들의 신작이 많이 발표되지 않은 대신, 신인감독이나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선택한 중견 감독들의 영화가 돋보인다는 이야기. 주류시장의 침체로 디지털 제작방식을 많이 선택하는 홍콩이나 필름커미션의 활성화로 지역 영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일본 등 각 나라의 사정도 독립영화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이다. 독립영화 나름의 미학이 두드러지는 영화들도 두드러진다고 그는 말한다. “그동안 아시아영화는 유럽, 미주와 다른 나름의 토착화된 스타일로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자국 내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토착화된 스타일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올해 나온 영화 중에는 기존의 스타일을 과감하게 깨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는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 홍콩의 <사랑은 죄가 아니야> <푸보> 등을 꼽았다.

‘뉴 이란 시네마의 누이’라 불리는 포루흐 파로허저드의 특별전은 올해 그가 각별한 애착을 갖고 준비한 행사다. “이건 이란영화사와 관련된 의미만을 갖는 행사가 아니다. 페르시아어 시집이 한권도 출판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파로허저드의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부산을 찾은 관객들에게 와이드앵글 부문의 다큐멘터리에 주목해달라고 ‘특별주문’한다. “<가무중국>이나 <칸다하르로의 귀환> <광기의 즐거움> 같은 아시아 다큐는 야심작이기도 하니 부디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문석 / 사진 손홍주

김지석 프로그래머 추천 10선

<아야야> 쿼이지언

중국의 퀴어영화의 원류와도 같은 쿼이지언의 신작. 이번에는 게이매춘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냈다.

루디 소자르워

인도네시아에서 대중적 영화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신예감독 루디 소자르워의 멜러영화. 전작 <친타에게 무슨 일이?>에 이어 깔끔한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긴 한숨> 파르비즈 샤흐바지

반항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이란영화에서 나왔다. 여태껏 이란에서 이런 영화는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젊은 감독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조니 토

현재 홍콩에서 가장 인기있는 감독인 조니 토의 신작. 특별 기동대의 활약상을 담고 있지만,기동대원들의 복잡한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숲속에서 다시 한번> 고탐 고쉐

거장 사트야지트 레이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 레이의 1970년작 <숲속에서의 낮과 밤>에 출연했던 주인공들의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산에 내리는 진눈깨비> 알리레자 아미니

'외로움'에 처한 인간의 심신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탐구하는 작품. 광산의 황량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로이스톤 탄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늘린 싱가폴 독립영화 감독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운 데뷔작.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세계가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다.

<꿈의 요리> 리잉

요리가 인간의 삶과 역사를 바꿀수도 있다는 살아있는 증표인 산동요리의 장인의 이야기를담은 다큐멘터리. 산동요리의 향기가 작품 전편에 베어 있는 듯 하다.

<부유의 길로> 마오유에

세계최초로 제작된 컬러 그림자 애니메이션. 중국 고유의 민담이 특이한 컬러 그림자 애니메이션의 틀속에서 펼쳐진다.

<아나핫> 아몰 팔레카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화려한 시대극을 만들어낸 아몰 팔레카의 재능이 놀라운 작품. 사랑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지만, 품위있는 유머가 넘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