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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3] “영화제의 주인같은 느낌”
2003-10-02

개막식 사회 맡은 박중훈

“부산영화제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화제 아닙니까. 그런 행사의 막을 여는 자리에서 사회를 맡았다니 영광이죠.” 제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의 사회를 맡은 박중훈의 소감은 단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가 유난히 들떠있는 이유는 부산영화제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박중훈은 영화제 집행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며, 2회 행사에선 폐막식 사회를 보기도 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덕에 그 또한 영화제가 만들어지면서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박중훈은 영화제 첫해부터 빠짐없이 영화제에 참여해 왔지만, 최근 수년간은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부산에 내려오지 못했다. 그런 차에 김동호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달라고 권유해 선뜻 수락하게 된 것. “어차피 올해는 꼭 부산에 내려가 볼 생각이었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니 저로서도 고맙죠. 게다가 내가 영화제의 주인같은 느낌까지 드니 잘 해야죠.”

사실, 박중훈으로서는 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를 맡는 게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출연한 <황산벌> 개봉이 10월17일로 다가와 있기 때문. ‘백제와 신라가 결사적으로 맞섰던 황산벌 전투에서 장수와 병사들이 사투리를 썼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영화에서 그는 백제의 장수 계백 역을 맡았다. 숱한 TV, 신문 등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알려야 하는 그의 입장에선 바쁜 스케줄을 쪼개 부산에 내려온다는 게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목이 쉴 정도로 힘들고 정신없는 건 사실이지만, 영화제도 <황산벌>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박중훈에겐 부산영화제와 관련된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이란 가까운 선배 안성기와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 ‘그게 무슨 추억 축에 들어가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평소 가정생활에 충실한 안성기가 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산에 오면 안 선배님도 집에 돌아간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으니 거나하게 드시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너무 바빠서 과연 술 한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핑계는 안성기라도, 사실은 그가 부산의 공기에 목말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