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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계는 불가해하고 터무니없는 곳”
2003-10-02

개막작 <도플갱어>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나에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영화 자체의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은 작가의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영화라는 틀이 서로 어우러져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1983년 핑크영화의 혁명 <간다천 음란전쟁>으로 데뷔하여 국내에는 <큐어>로 잘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영화와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영화가 바로 그의 ‘분신’이다. 그 구로사와 기요시가 한 남자와 그의 분신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 <도플갱어>로 부산영화제의 막을 열었다.

개막 당일 2시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별도의 시사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은 “이미 여러 번 초청을 받았었지만 그때마다 사정이 좋지 않아 이번에 처음 오게 됐다”며, “여러 국제 영화제를 다니는 동안 개막식 이전에 영화제에 온 것은 처음이다. 개막작으로 초대되어 더욱 기쁘다”고 부산 첫 상륙의 소감을 밝혔다.

그의 또 다른 작품 <해파리>와 함께 부산에 초청되어 개막작으로 상영된 <도플갱어>는 “세계가 불가해하고 터무니없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고 믿고 있는 감독의 시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인간은 굉장히 모순된 존재이다. 자기 안에 모순된 또 다른 자아를 포함하고 있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아마도 다를 것이다. 만약 내일의 나를 오늘의 내가 만난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상상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는 말로 이 영화를 좀 더 쉽게 설명했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해파리>가 “실감”에 바탕을 두고 일본의 현재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라면, <도플갱어>는 “사용할 만한 장르는 다 사용해보자는 각오로, 영화 그 자체에 좀 더 깊이 몰입한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택된 ‘화면 분할’은 <도플갱어>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감독은 이에 대해 “하나의 인간이 분열하면 동시에 그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도 분열을 시작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이것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나는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에서 갈등하고 있는 장면은 합성화면을, 그 세계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장면에는 교차편집을, 그리고 두 세계에 공존하고 있는 장면으로는 분할화면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세상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그의 영화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질문을 안겨줄 것이다.

글 정한석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