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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 ˝나는 가족제도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다˝

<로빈슨 표류기>의 린쳉솅 감독

<달콤한 타락> <천마다방> <춘화몽로>로 이미 부산영화제 관객들에게도 낯익은 대만 뉴웨이브 감독 린쳉솅이 그의 여섯 번째 작품 <로빈슨 표류기>와 함께 부산을 찾았다.

이전 영화와 비교하여 <로빈슨 표류기>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예전에는 젊은이들과 중하층 계급을 주로 다루었다. 이번에는 중년, 중산층계급을 다루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에 형식도 바뀌었다. 인물들의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을 다뤘기 때문에 영화의 형식도 활동적이었지만, 지금은 중년의 중산층을 다루기 때문에 절제된 분위기로 연출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중산층이 도시에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기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빈슨 표류기>에는 가족을 구성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현재 대만에서 전통주의적인 가족관계는 개인주의로 바뀌고 있다. 그 사이에는 많은 대립이 있다. 주인공 로빈슨이 가정을 만든다는 것에 두려워하는 건 이런 개인주의적인 두려움의 반영이다. 이혼율도 높다. 친구로 지내기로 했지만, 나도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이혼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가족제도에 대한 굉장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

이 영화에서 상하이와 타이페이는 어떤 의미인가 나는 상하이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가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가상적인 현실’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상하이는 식민지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화와 경제발전이 뛰어난 현대화된 도시이다. 타이페이는 자본주의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 마치 지금 상하이가 초창기 타이페이와도 같다. 타이페이가 하강곡선을 밟았듯이 상하이도 머지않아 그런 하향세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상하이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대륙과 대만 사이의 불편함이 있는데, 이런 불편한 관계가 해결이 되었을 때 말이다. 그렇다고, 영화 속의 크루소 섬이 상해를 의미한다는 말은 아니다.

주인공 로빈슨은 그 섬에 갔는가? 나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로빈슨이 대만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기를 바란다. 우리의 노력이 미약해서 사회를 바꿀 수 없더라도 새로운 방식과 생활을 갖기를 바란다. 여전히 나는 대만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금 대만 영화에 일반적인 경향이 있는지. 특별히 공통점이 있다고 말할 순 없다. 감독의 창조력과 분위기와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대만 영화가 맞이한 가장 급한 문제는 상업영화의 부흥을 일으키는 것이다. 글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