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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1] ˝관객들이 까악~ 하면 등줄기에서 쏴아~˝
2003-10-03

<바람난 가족> 배우 봉태규

유쾌한 사나이 봉태규가 부산에 떴다. <바람난 가족>의 상영을 앞두고 만난 봉태규는 여기저기 몰려드는 인터뷰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람난 가족>에 이어 <옥탑방 고양이>를 끝낸 이후 봉태규라는 이름도, 그 서글서글한 얼굴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눈물> 끝나고 하도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서인지 그 다음엔 뭘 해도 그 이상을 해야겠다는 부담 때문에 힘들었어요. <품행제로> 들어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죠. 그런데 갑자기 연기를 취미로 하면 어떨까? 이것만큼 재밌는 취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돈도 벌구요(웃음).” 물론 직업배우로서의 고민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어느샌가 연기를 즐겨야겠다고, 인기도 유명세도 크게 괘념치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난 가족>은 여러모로 봉태규에게 의미있는 작품이다. 먼저 ‘데뷔 은인’인 임상수감독과의 재회이기도 했고, <눈물>과 <품행제로>를 끝내고 너무 세거나 코믹한 역할로만 인식되었던 자신의 이미지가 보다 다양하게 인식된 영화기도 했으니까. “부모님은 제가 TV에 나오면 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거든요. 그런데 <바람난 가족> 기술시사를 보는데 제 입에서 그 비슷한 미소가 나오더라구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자신감은 아닌 것 같고, 뭔가 뿌듯함이랄까?” 지금은 재미있고 자신과 닮은 역할을 주로 해 나가겠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 <봄날은 간다> 나 <세 친구>처럼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풀어내는 영화와 만나고 싶다는 이 소년 같은 81년생의 말투엔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 나이만큼의 무게감이 묻어 나왔다.

3년만에 부산땅을 밟은 그에겐 2000년 <눈물>로 부산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기차를 타고 내려왔거든요. 임상수감독, 같이 출연했던 다른 친구들하고 기차 안에서 맥주먹고 놀았던 게 엊그제 같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마음에 명징하게 남아있는 건 톰 크루즈 부럽지 않게 반겨주었던 부산관객들에 대한 추억이다. “저는 뒤에 다른 유명스타가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꼭 다시 한번 부산영화제에 오리라고 다짐했죠.(웃음)” 관객들이 “까악~” 할 때 자신의 등줄기에선 “쏴아~” 하는 뭔가가 올라온다는 그에겐, 역시 대중의 열광을 자양분 삼아 살아야하는 ‘천상 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