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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4] <아타나주아>,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
2003-10-03

<아타나주아 (The Fast Runner)>

캐나다영화 특별전/ 캐나다/ 2001년/ 174분/ 감독 자하리아스 크눅/ 오후 5시 대영1관

<아타나주아>는 우리가 흔히 ‘에스키모’라 부르는 이누이트족의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스탭과 배우가 이누이트족으로 구성된 ‘최초의 이누이트 장편 극영화’인 이 영화는 독특한 영화언어를 인정받아 2001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빙원의 마을에 어느날 사람의 모습을 한 악령이 찾아온다. 그는 족장을 살해하고 사우리를 족장에 앉힌다. 악령에 사로잡힌 사우리는 아타나주아의 아버지인 툴리막을 쫓아낸다. 수년이 흘러 툴리막의 아들들은 건장하게 자라난다. 가장 빨리 달리기로 유명한 아타나주아와 가장 힘이 세기로 이름난 이막주악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기대를 모으는 청년이 되는 것. 아타나주아는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아투앗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족장의 아들 오키는 이들 사이를 맴돌며 아투앗을 가로채려 한다. 결국 남자들은 결투를 벌이고 선한 영혼의 힘을 받은 아타나주아는 오키를 쓰러뜨리고 아투앗과 결혼한다. 그렇게 평안한 세월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아타나주아를 짝사랑하던 오키의 여동생 푸야가 아타나주아의 두번째 부인이 되면서 불행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푸야는 이막주악을 꼬드겨 정사를 하려다 들킨 뒤 사우리에게는 아타나주아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누이트들의 신비로운 삶의 모습을 카메라 안에 담으려 한 <아타나주아>는 진귀한 볼거리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영화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하얀 대지와 지평선이 이어지는 빙원과 그 속에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민족지적 가치마저 갖고 있다. 서구인의 시선이 아니라 이누이트 자신의 눈으로 담으려 했다는 크눅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는 이누이트의 신비로운 일상사를 새롭게 보여준다.

글 문석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 (Matrubhoomi:Nation without Women)>

새로운 물결/ 인도/ 2000년/ 84분/ 감독 마니쉬 자/ 오전 10시 메가박스 6관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 죄다 남자다. 불이 꺼지고 조그만 모니터가 켜진다. 포르노다. 수백번 돌려봤는지 화면은 모두 일그러져 있다. 교성 소리만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장내는 이내 달아오른다.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는 심지어 눈물까지 떨어뜨린다. 회당에 모여든 사람들. 죄다 남자다. 옆 마을에서 시집 오는 처녀를 제외하곤. 성대한 결혼식이 진행된다. 그러나 장내는 이내 웅성거린다. 처녀의 아랫도리가 벗겨지면서 여장 남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마트루부미: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은 부제가 말해주듯 ‘XY 염색체의 소멸이 빚어낸 해프닝’으로 시작한다. 여아살해가 극에 달해 남자들만 남게 된 마을. 이곳의 재력가는 아들들의 성화에 못이겨 승려에게 옆 마을에서 처녀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승려는 그동안 몸을 숨기고 살아온 아리따운 처녀를 발견하게 되고, 재력가는 그녀의 아버지를 돈으로 꾀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코믹한 상황의 전개는 여기까지다. 낮엔 가사 노동에 시달리고 밤엔 순번을 정해 침소에 드는 재력가와 아들들 때문에 혹사당하는 그녀. 자신을 위해주는 막내아들에게 마음을 주지만, 그녀는 이내 다른 형제들의 질투에 의해 마굿간으로 쫒겨나게 되고 급기야 마을공동체의 성욕을 위한 노리갯감으로 전락한다. 과도한 지참금 요구라는 관습이 여아 차별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줄어드는 여성 인구가 연간 5천만명에 달한다는 인도의 현실을 고려할때 여아살해 관습이 종국엔 공동체의 파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허무맹랑한 가정에 그치지 않는다.

글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