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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경제의 발전과 함께 도덕적 관념이 사라진다”
2003-10-03

<맹정> 감독 리양

중국 독립영화를 가리키는 ‘지하전영’(地下電影)이란 말은 리양 감독에겐 단순한 비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맹정>은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본인과 동생의 개인재산을 털어 제작됐으니 당연히 지하전영에 속하겠지만, 땅 속 깊이 카메라를 메고 들어가 갱도 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지하의 영화’가 되는 셈이다.

<맹정>은 얼마 안되는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탕과 송은 광산에서 사람을 죽인 뒤 갱도가 무너져 사고가 났다며 불법 탄광주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는 한해에 1만명 이상이 불법 탄광에서 사망하는 중국의 현실이 자리한다. “이들 광산의 상황을 통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날로 도덕적 관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리양은 설명한다.

그가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것은 2000년 독일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10여년만에 중국으로 귀국했을 때 받은 충격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자본주의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하층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지고 이들의 도덕성과 인성 또한 쇠퇴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4개월동안 중국 북쪽의 거의 모든 탄광을 돌아다니며 직접 그들의 삶을 관찰했다. 또 그는 실제 갱도에서 광산 안 장면을 찍을 때는 가스폭발 위험 때문에 광산등 밖에 쓸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으며, 촬영을 마친 며칠 뒤 그 장소가 붕괴돼 몇명의 광부가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정말 영화에서처럼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더라.”

부모와 동생까지 배우인 집안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연극 무대와 드라마 등의 배우로 활동했던 리양은 1988년 연출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향했다. “연출자들이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연기를 지도하더라. 그래서 어떤 게 맞는지 궁금해서 연출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다음 작품도 하층민들의 절절한 현실을 그려낼 계획이라는 리양 감독은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정부나 일부 계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인 대다수와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므로 중국 정부의 눈치 따위는 볼 생각이 없다”라고 힘있게 말했다.

글 문석